제3095장
이천후의 시야가 순간 환하게 열리며 마음속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역시 천기 성지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절세의 미색을 자랑하는구나.’
민예담이 설산 꼭대기에 피어난 고고한 설련이라면 눈앞의 여섯째 성녀 원희는 안개 자욱한 비 갠 풍경 속에서 은은히 피어난 무궁화 같아 온화하고 우아하면서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풍겼다.
그녀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진한 고전의 운치가 안개처럼 번져나와 무극전을 한순간 살아 있는 고화 속 풍경으로 바꿔 놓았다.
높이 세운 깃깃한 옷깃은 정교하게 빚은 옥병의 곡선을 닮아 있었고 그 아래로 드러난 고니 같은 가느다란 목선은 빛 고운 옥처럼 매끈하고 부드러웠다. 게다가 은은한 광택이 퍼져 나와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목둘레에는 심해의 명주와 비밀 은사로 엮은 나비 모양의 단추가 두어 쌍 맞물려 있었는데 오래된 정서를 봉인하듯 은근하면서도 고혹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을 사로잡은 것은 치맛자락 양옆에 깊게 들어간 트임이었다. 원희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밤하늘 같은 짙푸른 비단이 미묘하게 흩어지며 서릿발 같은 곧은 각선미가 흘깃 드러났다.
밝은 빛 사이에 아찔한 곡선이 스쳐가며 오히려 완전히 드러낸 것보다 백 배는 강렬한 유혹이 되어 사람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너무 아름다웠다. 특히 이천후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그녀의 잘록한 허리와 화려한 곡선을 따라가자 억눌러왔던 기억의 빗장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열기가 곧장 머리로 치밀어 오르며 심장이 크게 흔들리고 호흡이 막혔다. 그의 시야 속에 오직 깊은 푸른빛과 눈부신 잔영만 교차했고 그는 잠시 모든 것을 잊은 채 멍하니 서 있었다.
“크흠!”
차갑고 짧은 기침 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이천후는 몸을 움찔하며 현실로 돌아왔다.
‘빌어먹을! 미색에 홀려 정신을 잃다니! 지금이 어떤 자리인데. 눈앞의 인물이 또 어떤 앙금을 품은 존재인지 알면서!’
그는 급히 시선을 내리깔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슴 속 뒤흔들리는 기혈을 억눌렀다.
그러나 뜻밖에도 여섯째 성녀 원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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