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9장
덥수룩한 수염이 난 남자는 날렵하게 이천후의 뒤로 접근하고 칼을 뽑아 그의 허리 쪽을 베어 들이쳤다.
챙. 챙.
두 번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수염이 난 남자는 자신의 칼이 이천후에게 닿았다고 생각하고는 잠시 기뻐했다. 하지만 곧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을 베었을 때 나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금속을 두드린 듯한 맑은 소리였다.
그가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 이천후의 신발 밑창이 그의 얼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얼굴은 마치 커다란 돌덩이에 맞은 것처럼 강하게 날아갔다.
수염이 난 남자는 몇 미터나 날아가 바닥에 나뒹굴며 콧물과 눈물, 그리고 피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머리는 어지러웠으며 고통에 온몸이 휘청거렸다.
“형!”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형을 본 날씬한 남자는 땅에 주저앉아 소리쳤다. 두 형제가 몇 초 만에 이천후에게 제압당하다니, 너무도 끔찍한 광경이었다.
이천후는 그들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빨리 답을 듣고 싶었기에 다짜고짜 날씬한 남자의 머리에 발을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 늦으면 네 형 머리통이 날아갈 거야.”
그 말에 수염 난 남자는 공포에 휩싸여 더 이상 이천후의 실력을 의심할 겨를도 없이 애원했다.
“대사님, 제발 말로 합시다. 제 동생만은 다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천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살폈다. 이 수염 난 남자는 나름 머리가 돌아가는 반면 동생은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이천후는 동생을 인질로 잡고 형을 협박하기로 했다. 똑똑한 사람과 대화하는 게 더 수월하기 때문이었다.
“너희들 정체가 뭐야? 어디서 온 거야?”
이천후가 차분하게 물었다.
“저는 연경진이고 이쪽은 제 동생 연승원입니다. 이 바닥에서 ‘연씨 쌍용’이라 불리고 있어요. 저희는 지금 화성의 추씨 가문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추씨 가문의 고위급 공봉이에요.”
“고위급 공봉이라고? 고작 이 정도로?”
이천후는 코웃음을 쳤다.
“아, 그건...”
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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