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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소이정은 눈을 뜬 순간, 자신이 되살아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울 앞에는 주름 하나 없는 앳된 얼굴과 여전히 가느다란 손가락이 비쳤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그녀는 급히 휴대폰을 집어 들고 날짜를 확인했다. 2024년 6월 26일. 수능이 끝나고 대학 지원서를 작성하던 시기. 그리고 전생에서 두 소꿉친구 심유찬과 임세윤이 본격적으로 자신에게 호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바로 그때였다. 반짝이는 설렘이 순간 스쳤다. 생각할 틈도 없이 휴대폰을 든 채 곧장 교무실로 달려갔다. “송 선생님, 저 지원 바꿀래요. 남강대학교 말고 북성대학교로요!” 송 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마음 바꾼 거야? 네가 전국 수능 수석인데 남강대도 좋지만, 북성대는 최고 학부잖아. 안 가면 아깝지.” 소이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전에 제가 너무 고집부렸어요. 죄송해요, 선생님. 지금은 다시 바꿀게요.” 지원 변경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방 절차가 끝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뜻밖의 얼굴들이 거실에 앉아 있었다. 두 소꿉친구 심유찬과 임세윤, 그리고 절친 문유정이었다. “너희, 뭐 하는 거야?” 그녀가 들어오자마자, 평소 말수가 적고 차갑던 심유찬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미소를 보였다. “잊었어? 오늘 너희 집에서 밥 먹기로 했잖아. 우리 넷이 같은 대학교 붙은 거 축하하려고.” 임세윤은 느긋하게 다가오더니 소이정의 머리를 가볍게 툭 쳤다. “이 바보야. 너 요즘 우수 졸업생 연설 준비하느라 바쁜 거 우리가 다 알아. 그래서 우리가 좀 꾸며놨거든. 넌 와서 먹기만 하면 돼.” 소이정이 대답하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송 선생님 이름이 떴다. “이정아, 네가 너무 급히 가서 못 말했는데, 원래 사흘 뒤 우수 학생 대표 연설자는 네가 맞아. 근데 방금 학교 이사 두 분이 동시에 말해서, 연설자를 문유정으로 바꿨대...” 송 선생님 목소리에는 진한 아쉬움이 실려 있었다. 누가 봐도 수능 수석인 소이정이 연단에 서는 것이 더 타당했다. 도대체 문유정이 두 이사와 무슨 관계이기에 직접 나서서 바꾼 걸까. 하지만 소이정은 눈앞의 심유찬과 임세윤을 보며 모든 이유를 단번에 이해했다. 두 소꿉친구의 아버지가 바로 그 학교 이사였으니, 결과는 뻔했다. “알겠어요, 선생님. 전화 주셔서 감사해요.”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보다 차분한 반응에 송 선생님은 놀란 듯했다. “너는 수석이야. 네가 연설하는 게 더 좋아. 이건 큰 명예인데, 정말 문유정한테 양보할 거야?” 소이정은 부드럽게 웃었다. “네. 양보할게요.” 이번만이 아니라, 심유찬과 임세윤까지도 모두 문유정에게 양보할 것이다. 전생에서 겪었던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다. 전생에서 두 사람은 서로 앞다투어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첫 번째는 심유찬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3년 차, 심유찬은 문유정을 지키려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제야 소이정은 알게 됐다.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한 사람이 문유정이었다는 사실을. 이중의 충격에 삶이 무너진 그녀 앞에 임세윤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소이정 곁을 지키며, 함께 상실을 견디고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었다. 그래서 두 번째는 임세윤과 결혼했다. 그는 결혼 후에도 부드럽고 다정했지만, 어딘가 예의를 지나치게 지키는 듯한 거리감이 있었다. 소이정은 그 감정을 오랜 정으로 넘겼지만, 그게 아니었다. 늙어버린 문유정이 심장병 진단을 받자 임세윤은 소이정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심장을 기증했다. 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임세윤 또한 평생 사랑한 사람이 문유정이었다는 것을. 두 남자 모두 문유정을 사랑하고 있었다면 왜 자신과 결혼했단 말인가? 장례식장에서야 문유정은 오만한 표정으로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 “걔네가 왜 널 따라다녔을까? 당연히 내가 시켜서지. 내가 말했거든. 내 말을 듣지 않고 너를 쫓지 않으면 영영 사라지겠다고. 걔네 둘 다 겁먹었어. 그래서 앞다투며 널 쫓은 거야. 맞다, 네가 평생 아이 못 가진 이유 알아? 걔네가 나 때문에 이미 정관수술을 했어. 너랑 결혼해도 마음은 영원히 나한테만 있다더라. 그래서 너랑은 절대 아이 안 가진대! 하하하하하!” 벼락처럼 내리꽂힌 진실에 소이정은 이유를 묻고 또 물었지만, 문유정의 대답은 더 기가 막혔다. “왜냐고? 네가 너무 잘났으니까. 넌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였잖아. 나는 죽을 힘을 다해야 얻는 걸 넌 쉽게 얻고. 그게 너무 억울했거든. 난 네가 괴로워하는 거 보고 싶었어. 네가 가진 행복은 전부 내가 만들어준 착각이라는 걸 알려주려고!” 말만 남기고 떠난 문유정을 바라보며, 소이정은 분노에 가슴을 움켜쥐고 피를 토하며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하늘이 그런 그녀를 불쌍히 여긴 걸까 다시 살아갈 기회가 주어졌다. 이번 생에서 그녀는 절대 그들과 단 한 번도. 얽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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