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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8화

곽안우는 이진기의 말을 통해 비상 상황임을 인지했다. 평소 이진기가 곽안우의 아버지인 곽진규에게 조언을 구하려 할 때 단순히 잠깐 상의하는 것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만나자고 제안한 것이니 분명 심각한 일이었다. 곽안우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날 따라 와.” 이진기는 엽현길과 노시훈의 가족들이 떠났는지 물었다. 곽안우는 당황해하며 대답했다. “무슨 일인데? 그들도 불러야 해? 천영 어르신까지 불러야 할 큰일이라면 노씨 가문은 모르겠지만, 엽씨 가문은 참여할 용기도 없을걸.” 이진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물어본 거야. 그들이 참여할 필요는 없어.” 이진기는 곽안우와 함께 조용한 뒤뜰로 걸어갔다. 이윽고 그 둘은 평범해 보이는 1층집 앞에 도착했다. 곽안우가 문을 두드리고는 이진기에게 설명했다. “곽천영 어르신은 평소 집에 안 있어. 나이가 많아 계단 오르내리기 힘들어하셔, 그래서 1층집을 지은 거고.” 이진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두드린 지 얼마 안 되어, 연륜이 느껴지는 강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기 왔어?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곽안우가 문을 열고 이진기를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할아버지, 제가 손자인데 왜 진기만 반기세요?” 곽천영은 웃으며 대답했다. “너란 녀석을 내가 모를 줄 알아? 별일 없으면 여기 오지도 않잖아.” 곽안우는 당황스러워했다. 곽천영은 평소에 친절한 분이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특히 후손들에 대한 교육에 있어서는 엄격하신 편이었다. 이 때문에 곽안우는 어릴 적부터 곽천영을 가장 두려워했다. 나이를 먹으면서 곽천영의 그런 태도가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지만, 어린 시절의 그늘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일단 대화를 나누세요, 저는 아버지를 불러오겠습니다.” 곽안우는 핑계를 대며 서둘러 그 자리를 피했다. 곽진규가 도착하기 전까지, 이진기는 곽천영에게 안부를 먼저 전했다. “천영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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