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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6화

샤워를 마친 김나희는 업무를 처리하려 했다. 김나희가 X시에 온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여러 협력 프로젝트에 서명을 마친 김나희는 각 프로젝트를 직접 감독해야 했으며, 부적절하거나 비합리적인 부분을 미리 찾아 즉시 처리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 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 늦을 테니까. 바로 그때, 김나희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처음에는 낯선 번호라 받지 않으려 했지만, X시 번호라는 것을 확인하고 협력사에서 전화했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나희입니다.] 전화 건너편은 잠시 침묵하다가 매력적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곽안나입니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한 김나희는 눈살이 잔뜩 찌푸려졌다. 평소에도 바람기가 많은 남자를 겪은 김나희도 그 순간 마음이 다소 불안하고 복잡해졌다. 곽안나가 자신에게 연락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곽안나는 이은강의 정식 여자 친구이자 약혼녀였다. ‘그렇다면 곽안나가 나를 찾아온 것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이용해 나를 공격하려는 것일까?’ 이 생각에 김나희의 기세가 확 올라갔다. 어떤 여자라도, 평소에 약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사랑과 자녀를 지킬 때는 강하다. 게다가 김나희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 [정말 뜻밖이네요.] 김나희의 말에 곽안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나희 씨가 전에 표씨 가문에 갔었잖아요. 우리 집이 그곳에서 멀지 않은데 왜 우리 집엔 놀러 오지 않았죠?” 그러자 김나희가 차갑게 말했다. [가지 않은 건 당신을 두려워해서가 아니에요. 곽씨 가문 쪽 협력은 이진기가 직접 책임지고 있으니까 제가 끼어들고 싶지 않았어요. 별일 없으면 굳이 방해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X시까지 오셨는데 호스트로서 당연히 환대해야지 않겠습니까. 빅토리아 항구의 밤경치를 감상하는 건 어때요?” 곽안나의 초대에 김나희는 거절할 이유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밀렸다는 인상을 주며 곽안나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그럼 주소 보내줘요.] “문자로 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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