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6화
이진기는 잠시 생각했다. 빨리 결정할 수 없는 일인데다, 명확하지 않은 입장을 가지고 선의를 베풀어 준 황태준과 얼굴을 계속 마주할 수는 없는 일.
“이 일은 좀 더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이진기의 말에 황태준이 빙그레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좋아. 길게 생각하지 말게, 대답을 기다리고 있겠네.”
“3일, 3일 안에 반드시 어르신께 명확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황태준은 이진기의 거절이 전혀 두렵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건이 끝나자, 이진기는 일어섰다.
“오늘 너무 오래 어르신의 시간을 방해했으니,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황태준이 온화하게 손을 뻗어 이진기에게 걸음을 멈추라고 한 뒤, 손에 든 ‘남북사’를 건네주었다.
“이 책을 자네에게 주겠네. 틈틈이 남북조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이해하면 나쁠 게 없지.”
일찍이 절판되어 큰 가치를 지닌 ‘남북사’를 두 손으로 받은 이진기가 진지하게 말했다.
“어르신의 선물에 감사드립니다. 진지하게 잘 읽어볼게요.”
“그럼 이만 가보게.”
이진기가 황태준에게 절을 하고 몸을 돌려 떠난 후, 그의 그림자가 복도에서 사라지는 걸 조용히 바라보는 황태준의 얼굴색은 평온하여 아무런 기쁨도 보이지 않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의 곁에 늙은 하인이 다가와 물었다.
“주인 어르신, 많은 제자들이 이번 일에서 저 사람이 너무 악랄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저 사람을 훈계하기는커녕 오히려 분회의 부회장으로 삼다니요, 반발이 심할 것 같은데요?”
“이번에 이득만을 위해서 주도적으로 안강우를 도왔다가 결국 큰 손실을 본 게 바로 그 제자들 아니던가?”
“사업하는 사람은 이득을 추구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이득을 추구하는 건 괜찮지만, 상대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똑똑히 봐야지. 조금의 위험의식도 없었다가, 손해를 보면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그 제자들의 소리는 상대할 필요가 없네. 나도 나이가 많이 들어서 그런 투정 듣기 싫어.”
늙은 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또 의심스럽게 물었다.
“어르신, 그럼 도대체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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