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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태도가 뭐 저 따위야.” 부정빈은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 그러나 유하연의 시선은 이미 고현우가 데려온 인물에게 고정돼 있었다. 금발에 푸른 눈을 한 남자는 제법 나이를 먹은 듯했으나 기세만은 녹슬지 않았다. 한눈에 봐도 부유하고 안락한 삶에 익숙한 그야말로 상류층의 기품이 배어 있는 사내였다. “당신이 바로 ‘폭풍의 눈’의 주인인가요?” 유하연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도망칠 틈을 주지 않겠다는 기세로 그를 압박했다. 사방을 둘러본 사내는 이미 자신이 포위당했음을 직감했는지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맞소. 내 이름은 에릭이라 하오.” 유하연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몸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했다. 조사 과정에서 유하연은 이미 ‘폭풍의 눈’의 주인이 해외의 한 거대 가문 출신 컬렉터, 에릭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에릭은 온갖 신비로운 유물을 모으는 취미로 유명했고 가문이 보유한 재산은 한 나라와 맞먹을 정도였다. 다만 늘 익명으로 경매에 참석해 정체를 드러낸 적은 거의 없었다. 외모 역시 뚜렷한 정보가 없어 확신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자백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단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에릭 씨, 반갑습니다.” 유하연은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 “저는 에릭 씨한테 악의는 없습니다. 그저 에릭 씨 손에 있는 ‘폭풍의 눈’이 필요할 뿐입니다. 당신에겐 단순한 수집품일지 몰라도 제겐 목숨이 걸린 문제입니다. 원하는 만큼 값을 치를 테니 제안을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에릭은 그 말에도 놀라는 기색 없이 담담히 답했다. “솔직히 이 물건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소. 덕분에 성가신 일만 늘어났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물건은 이미 내 손에 없소.” “거짓말!” 부정빈이 발끈하며 쏘아붙였다. “이미 당신이 이걸 경매에 내놓으려 한다는 증거까지 잡았는데 이제 와서 없다고?” “솔직히 말하면 내 손에 있는 건 가짜요.” 유하연의 매서운 눈빛에 에릭은 기가 죽은 듯 몸을 움찔하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일부러 소문을 흘려 그 모조품을 경매에 내놓으려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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