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8화
연정의 말을 들은 유도경의 얼굴에는 깊은 생각이 떠오른 듯했다.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 중에 유동민도 있었지만 유도경은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희영의 죽음과 비교했을 때 유동민의 죽음은 별 느낌이 없었고 장례 절차를 마치고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유동민이 죽은 후 그의 첫사랑과 아들은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유도경의 보복이 두려워서 숨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유도경도 되갚아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귀찮아서 맘껏 날뛰도록 방치해뒀다.
독사의 존재와 죽음은 잔잔한 수면 위에 던져진 돌처럼 큰 파문을 일으켰으나 그 후 금세 다시 조용해졌다. 유하연의 삶도 원래의 궤도로 돌아왔고 매일 회사와 집을 오가며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니 주변 사람들은 유하연이 독사의 일을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다.
곽하린은 걱정되는 듯 몰래 유하연의 상태를 관찰하며 그녀가 정말 괜찮은 게 맞는지 살폈다.
‘괜찮은 척하는 걸까? 설마 자기가 힘들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회의를 마친 유하연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곽하린에게 먼저 들어가 보라고 했다.
그렇게 홀로 사무실에 남아 집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곳에는 유도경이 서 있었다. 이제 적응된 듯 유하연은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다.
유도경은 마치 지박령처럼 출근 시간 외에는 유하연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자연스레 연정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유하연보다 훨씬 많았다.
데리러 온 줄 알았던 유하연은 짐을 정리한 후 사무실 문을 열며 말했다.
“가자. 아주머니가 저녁에 우동을 끓었대.”
그러자 유도경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2, 3일 정도 시간 뺄 수 있어?”
“왜?”
유하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사실 유하연의 업무에 대해 유도경은 잘 알고 있었다. 최근에 몇 가지 긴급한 일이 있었는데 무사히 고비를 넘긴 덕분에 한숨 돌릴 타이밍이 생겨 2, 3일 정도 시간을 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유하연은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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