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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휴대폰 화면 위에서 끊임없이 튀어 오르는 메시지를 보며 손에 쥔 마우스를 거의 부숴 버릴 뻔했다. 행정 팀장 강솔은 채팅방에서 여전히 미친 듯이 말을 쏟아내고 있었다. [왜 갑자기 말이 없어졌어? 임은채, 평소에는 청순한 척하더니 뒤에서는 꽤 화끈하게 노네. 다들 봐봐요. 이 사람이 바로 정규직 전환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그 인턴이에요.] 곧이어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의 각도는 교묘했다. 블라인드 틈 사이로 보이는 사진 속에서 나는 책상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깊이 숙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콘택트렌즈를 찾고 있었고 자세가 확실히 약간... 그렇게 보일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물건을 찾고 있었을 뿐이었다! 채팅방은 순식간에 수십 개의 메시지로 도배됐다. [세상에, 진짜 임은채야? 평소에는 꽤 성실해 보였는데.]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선 몰라. 살아남으려고 뭐든 다 하는구나.] [그래서 이번 달 평가가 전부 A였네. 잠자리로 따낸 거였어.]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타자를 했다. [강 팀장님, 허위사실 유포는 불법이에요. 저는 대표님의 콘택트렌즈를 찾아드리고 있었어요.]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바로 강솔도 음성 메세지를 보냈다. 날카롭고 귀를 찌르는 목소리였다. “콘택트렌즈? 귀신을 속여! 렌즈를 찾는데 왜 대표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고 있어? 입도 안 닦고 나왔잖아. 입가에 하얀 건 뭐야? 설마 안약이라고 할 건 아니겠지?” 나는 반사적으로 입가를 만졌다. 아까 우유를 마시다 묻은 우유 자국이었다! 막 설명하려는 순간, 강솔이 몇 사람을 데리고 내 자리로 곧장 들이닥쳤다. 퍽. 두툼한 서류 한 묶음이 그대로 내 얼굴에 내리꽂혔다. 날카로운 종이가 뺨을 스치며 지나가 따끔거리는 통증이 올라왔다. 강솔은 위에서 내려다보며 내 코끝을 가리켰다. “이 뻔뻔한 게, 아직도 채팅방에서 변명할 체면이 남아 있어? 회사 사람들이 다 봤는데 우리가 시각장애인인 줄 알아?” 주변 동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진짜 역겨워. 어떻게 저런 게 우리 회사에 들어왔대.” “멀리 떨어져 있어. 괜히 엮였다가 악취 배겠다.” “대표님도 참 저런 애를 마음에 두시다니. 내가 더 이쁘잖아.” 나는 일어서서 얼굴에 떨어진 서류를 밀어냈다. “강솔 씨, 말 좀 가려서 하세요. 증거라도 있어요? 이런 잘못된 각도 사진 하나로 저한테 더러운 누명을 씌우는 건가요?” 강솔은 팔짱을 낀 채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증거? 당장 CCTV 돌려볼까? 네가 얼마나 꼴값을 떨었는지 다 보게 말이야. 근데 대표님 사무실엔 CCTV가 없어. 그거 믿고 이렇게 날뛰는 거지?” 강솔은 내게 바짝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눈빛엔 독기만 가득했다. “임은채, 눈치 있으면 네 발로 나가, 내가 일을 더 키우기 전에. 안 그러면 이 업계에 발도 못 붙이게 해 줄 테니까.” 그 일그러진 얼굴을 보며 내 마음속엔 냉소만 떠올랐다. 오히려 나는 일을 키워주길 바랐다. 아빠가 회사에서 암묵적인 관행을 일삼는 쓰레기로 소문났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정말 궁금했다. “저는 안 나가요.”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떳떳한데 왜 나가야 하죠? 오히려 행정 팀장이라는 사람이 채팅방에서 동료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고 음란한 소문을 퍼뜨렸으니, 나가야 할 사람은 당신 아닌가요?” 강솔은 우스운 소리라도 들은 듯 과장되게 웃어댔다. “뭐? 내가 왜 나가? 네 주제나 좀 돌아봐! 나는 이 회사의 오래된 직원이야. 아직 정규직도 아닌 인턴이 나한테 덤벼? 좋아, 안 나간다 이거지?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그녀는 몸을 돌려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뭘 그렇게 쳐다봐! 일 안 해? 이런 쓰레기한테는 시간 낭비할 가치도 없어!” 그렇게 말하고는 일부러 내 어깨를 세게 들이받고 하이힐 소리를 울리며 떠나버렸다. 주변 동료들의 시선에는 노골적인 혐오와 경멸이 담겨 있었다. 평소 비교적 친하게 지내던 몇몇 인턴들조차 조용히 자리를 멀리 옮겼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꺼냈다. 그 ‘낙하산’ 대표님에게서 카톡이 와 있었다. [은채야, 렌즈 찾았어? 한쪽 눈이 아직도 좀 흐릿하네.] 나는 짧게 답했다. [찾았어요. 책상 다리 옆에 있던데 직접 주워요. 그리고요, 아빠 회사엔 정말 인재가 많네요.] 아빠는 물음표 하나를 보내왔다. 나는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강솔이 판을 벌이고 싶다는데 그러면 나도 끝까지 맞장구 쳐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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