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7화

남지희의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눈을 깜빡였다. “이런 우연이.” 임수아도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게! 정말 우연이었어. 마침 그 사람이 맞고 있을 때 만나게 됐다니까.” 이 말을 듣고 남지희가 임수아를 바라보며 눈썹을 살짝 추켜올렸다. “이 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임수아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송기백이 일부러 나를 접근하려는 건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어. 하지만 연달아 일어난 이 두 사건 모두 너무 우연 같아서 누군가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 같아.” 잠시 말을 멈춘 그녀는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의혹이 담긴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궁금한 건 말이야. 만약 그 사람이 정말 일부러 나에게 접근한 거라면 그 목적이 대체 뭘까?” “음...” 남지희는 잠깐의 생각을 거친 후 입을 열었다. “그건 뻔한 일이지. 너한테 반했거나, 네 신분을 노렸거나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거겠지. 이 모든 게 다 가능성 있는 일이야.”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다.” 임수아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닌지 알아보려면, 앞으로 우리가 또 만나게 될지, 그 사람이 날 먼저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지를 기다려 보면 돼.” 임수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난 그냥 그 사람이 나한테 접근해서 대체 어떤 목적을 이루려는지가 궁금해.” 그녀의 말에 남지희가 대답했다. “잠깐만 더 기다려 봐. 여우라면 언젠간 꼬리를 드러내기 마련이야.”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임수아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네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걸 수도 있어! 그냥 정말 우연이었을지도 모르잖아.” “뭐, 그럴 수도 있지.” 임수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식사 도중 화장실에 들른 그녀가 볼일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던 중 어딘가로부터 여성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임수아!” 그 소리에 임수아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임수아의 몸이 누군가에 의해 밀려져 뒤로 두 걸음 물러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