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3화

아찔했다. 조금 전, 임수아의 도발에 휘말릴 뻔했다. 하마터면 윤시혁이 임수아랑 이혼하고 서은채와 다시 결혼하기로 한 사실을 그 자리에서 입 밖에 낼 뻔했다. 서은채는 깊은 눈으로 임수아를 바라봤다. 자신이 임수아를 너무 얕본 듯했다. 이 여자는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임수아도 잘 알고 있었다. 서은채가 사람들 앞에서 그 말을 할 수는 없다는걸. 그래서 그걸 노려 반박의 지점을 잡은 것이었다. 서은채도 그 점에 대해서는 도저히 반박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진정을 되찾은 서은채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임수아를 바라봤다. “수아 씨, 그날 수아 씨가 나를 밀었던 건 그냥 순간적인 충동이었을 거라 생각해요. 난 사실 이미 수아 씨를 원망하지 않기로 했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가 밖에서 했던 말들로 인해 수아 씨가 곤란했을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어요. 솔직히 그건 엄마가 나를 너무 걱정한 나머지 한 행동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악의는 없었으니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수아 씨가 날 물에 밀어 넣은 거 한 번, 또 내가 아플 때 내 얼굴에 물을 뿌린 일까지 있었으니 서로 있었던 일은 이걸로 정리하는 걸로 하면 안 될까요?” 그 뻔뻔한 말에 임수아는 피식 웃을 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때, 한효진이 입을 열었다. “그 일이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수 있는 일인지는 네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말끝을 흐린 채, 한효진은 바로 주변 손님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자, 아무튼 오늘 이 자리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기분 좋은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한효진은 임수아, 윤시혁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왔다. “수아야, 넌 가서 사람들하고 인사 나누고 와.” 한효진은 수아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었다. 임수아도 눈치챘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한효진은 윤시혁과 단둘이 얘기할 게 있다는걸.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임수아가 자리를 뜨자마자 한효진은 입가의 웃음을 싹 지운 채 윤시혁을 바라보며 손으로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