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6화
윤시혁의 말을 듣는 순간 서은채의 얼굴이 굳어졌다.
한참이나 침묵하던 서은채는 낮게 웃음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나... 내가 한 거야.”
“내가 스스로 약을 먹은 거야.”
그 말이 끝나자 윤시혁의 얼굴빛은 삽시에 차갑게 굳어졌다.
윤시혁은 아무 말 없이 서은채를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눈동자 속에는 실망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왜 그렇게 했지?”
윤시혁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냐면...”
서은채가 중얼거리듯 되뇌었다.
“시혁아, 네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잖아?”
윤시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서은채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널 원했으니까!”
“네가 내 남자가 되길 원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어리석은 방법을 택한 거야.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넌 나를 단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어.”
말을 이어가던 서은채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호텔 방에서 윤시혁에게 기대려 했을 때 곧바로 윤시혁의 손이 자신을 막아섰던 장면이 떠올랐다.
“은채야, 넌 너무 어리석구나.”
윤시혁은 단호하게 목소리를 낮췄다.
서은채는 즉시 반박했다.
“아니, 난 어리석지 않아. 다만 바보였을 뿐이야. 내가 약에 중독된 걸 알면 네가 날 도와줄 거라고... 그래서 내가 널 얻을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었어. 바보같이.”
“요즘 들어, 넌 임수아에게 점점 더 잘해주고 있어. 아니, 너뿐만 아니라 시어머니도 점점임수아를 좋아하시더라. 그게 나를 불안하게 하고 두렵게 했어. 시혁아, 난 정말 무서워... 언젠가 네가 나에게 임수아와 이혼하지 않겠다고 오히려 임수아와 함께 잘 살겠다고 말할까 봐...”
“그런 날이 오면... 나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상상조차 못 하겠어.”
말을 하며 서은채는 윤시혁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마치 조금이라도 힘을 늦추면 윤시혁이 곧장 사라져버릴까 두려웠다.
“시혁아, 널 위해 난 이미 내 존엄까지 내던졌어. 이번만큼은 제발... 다시는 약속을 저버리지 말아줘. 네가 없으면 난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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