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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 목소리는... 임수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았다. 바로 옆, 그녀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윤시혁이 한 여자를 차에서 안아 내리고 있었다. 시선이 느껴졌는지 윤시혁이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곳에 서서 자신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임수아를 보자 윤시혁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그는 품에 안고 있던 서은채를 앞에 놓인 휠체어에 앉히고 다시 고개를 들어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임수아에게 향했다. 윤시혁의 시선을 따라 서은채도 임수아를 보았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웃으며 임수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 임수아 씨. 여기서 뵙다니 정말 우연이네요.” “너 나 미행했어?” 윤시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임수아에게 따져 물었다. 서은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윤시혁의 말을 들은 임수아의 얼굴은 살짝 창백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윤시혁은 그녀를 흘끗 보더니 더 이상 상대하지 않고 서은채를 데리고 가 버렸다.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임수아는 그 자리에 선 채 외로움에 잠겼다. 다시 코끝이 찡해졌다. 그가 말한 ‘일'이라는 건... 서은채와 함께 있는 거였다. 역시! 윤시혁의 마음속에는 서은채와 관련된 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전부 중요한 일이었다. 임수아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수액실로 향했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임수아는 홀로 수액실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아파서 홀로 이곳에 앉아 수액을 맞고 있는데 서은채의 곁에는... 윤시혁이 함께하고 있었다. 한편 윤시혁은 서은채를 데리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서은채는 약간 열이 있었다. 윤시혁의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고 의사는 빨리 열을 내리기 위해 수액을 맞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윤시혁은 서은채를 휠체어에 태워 옆에 있는 VIP 수액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윤시혁은 굳어 버렸다. 임수아가 혼자 구석 자리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던 것이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옆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녀의 온몸에서는 옅은 슬픔과 고독이 느껴졌다. 어쩐지 그런 임수아를 보자 윤시혁의 마음이 무언가에 세게 부딪힌 듯했다. “윤 대표님, 오셨어요?” 그때, 간호사가 다가와 정중하게 윤시혁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호칭을 듣는 순간, 저 멀리 앉아있던 임수아의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수액실 문 앞에 서 있는 윤시혁과 서은채를 보는 순간, 임수아는 멍하니 굳어 버렸다. 서은채가 먼저 웃으며 말했다. “임수아 씨도 어디 아프신가 봐요?” 임수아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2초 후 시선을 돌리며 그들을 외면했다. 윤시혁은 서은채를 휠체어에 태워 임수아 맞은편 자리로 갔다. 잠시 후 간호사가 와서 서은채에게 링거를 놓으려고 했다. 그때, 서은채가 살짝 얼굴을 찡그리더니 몸을 돌려 윤시혁의 품에 안겼다. “시혁아. 무서워...” 윤시혁의 몸이 살짝 굳어지는 듯하더니 무의식적으로 맞은편에 앉은 임수아를 바라보았다. 임수아 또한 그를 보고 있었고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윤시혁의 마음이 살짝 흔들리며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윤시혁의 시선이 맞은편 임수아에게 향해 있다는 것을 눈치챈 서은채의 얼굴이 변했다. 바로 그때, 간호사가 서은채의 손등에 바늘을 꽂았고 서은채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떨려왔다. “으윽... 시혁아... 시혁아...” 윤시혁의 시선이 즉시 돌아왔다. 그는 어색한 손길로 서은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그 광경을 지켜보던 임수아의 얼굴은 점점 창백하게 질려갔다. 그 순간, 날카로운 칼이 심장을 꿰뚫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고 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 부위마저 욱신거리는 듯했다. 임수아는 눈을 감고 슬픔과 고통을 애써 감췄다. ‘그들은... 정말 이렇게나 서두르고 싶었던 걸까. 어떻게 이렇게나 거리낌이 없이...’ 콧물을 훌쩍 삼키며 눈물을 꾹 참고 그녀는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그들을 외면했다. 바로 그때, 임수아의 카톡 알림이 울렸다. 드라마 ‘안개꽃’의 PD 황영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청음 씨, 지난번 성우 오디션 정말 잘 봤습니다!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여주인공 비무의 역에 청음 씨를 캐스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일 시간 괜찮으신가요? 오셔서 계약서 작성하시죠.] 메시지를 확인한 임수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더빙, 그녀는 진심으로 그 일을 사랑했다. 대학에서 영화학과 연기 전공 더빙 반을 선택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대학 시절, 그녀는 ‘달빛 청음’이라는 닉네임으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 더빙에 참여하며 재능을 꽃피웠다. 이를 계기로 그녀는 더빙계에서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인스타 팔로워 수는 순식간에 6백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졸업과 동시에 윤시혁과 결혼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윤시혁의 어머니는 그녀가 더 이상 더빙 일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현모양처가 되어 집안일에만 전념하길 바랐던 것이다. 사랑하는 윤시혁을 위해, 그리고 시어머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임수아는 자신의 꿈을 포기한 채 얌전히 윤씨 가문의 며느리로 살아왔다. 더빙계에 정식으로 데뷔하지 못한 그녀는 가끔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짧은 영상들을 인스타에 올리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뿐이었다. ‘안개꽃’의 PD는 인스타를 통해 여러 번 그녀에게 연락하여 간곡하게 여주인공 오디션을 제안하며 등장인물 설명까지 보내줬다. 결국 임수아는 마지못해 오디션을 보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거절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바로 엊그제 오디션을 봤는데 오늘 황 PD에게서 연락이 온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갈지 말지 고민하고 망설였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녀는 아주 담담하게 황 PD에게 답장했다. [알겠습니다.] 답장을 보내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발신자 표시를 확인한 그녀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여보세요, 엄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쏘아졌다. “당장 집으로 들어와!” 임수아는 깜짝 놀랐다. “무슨 일 있으세요? 저 지금...” 엄마는 다짜고짜 말을 끊었다. “네 일이 뭔 상관이야! 30분 안에 당장 돌아와! 안 그럼 평생 집에는 발도 들일 생각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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