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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두 형제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임수아는 소파에 앉아 긴 다리를 늘어뜨린 채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하경림의 말에도 그녀의 표정은 평온하기만 했다. 임수아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이전에는 윤시혁, 성혜란, 그리고 흠잡을 데 없는 며느리가 되기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서은채와 임현지를 따라 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하면 윤시혁이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주고 성혜란과 하경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서은채와 임현지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더는 남들에게 맞춰주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솔직한 내 모습으로 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임수아는 눈을 들어 자신에게 훈계하듯 말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짙은 보랏빛 원피스를 입고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를 비녀 하나로 말끔히 틀어 올렸다. 세심하게 손질된 화장이 단아한 인상을 더했고 몸짓 하나에도 고상함과 품격이 자연스레 배어 나왔다. 이 여자가 바로 윤시혁과 윤정후의 어머니이자 임수아의 시어머니인 하경림이었다. 임수아는 빙긋 웃으며 나지막이 물었다. “어머니 눈에 거슬리세요? 그렇다면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뭐, 곧 볼 일 없을 테니까요.” 그 말을 들은 윤시혁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임수아를 힐끗 쳐다봤다. 하경림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물었다. “뭘 못 본다는 거니?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임수아가 채 입을 열기도 전에 인자한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졌다. “경림아, 애가 머리 염색 좀 했을 뿐인데 뭘 그렇게 야단이야.” 밝은색의 개량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식당에서 걸어 나왔다. 백발을 단정하게 틀어 올린 모습이었지만 얼굴에는 생기가 넘쳤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나오던 할머니는 임수아를 발견하더니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마에 붙은 반창고를 보자마자 눈썹을 찌푸렸다. “수아야, 이마는 또 왜 다쳤어?” 할머니의 따뜻한 물음에 임수아의 마음은 따스함으로 가득 찼다. 생각해보니 웃기기도 했다. 이마를 다친 후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진심으로 걱정해 준 사람은 집사 아주머니와 할머니뿐이었다. 임수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고 소파에 앉도록 부축했다. “넘어져서 살짝 부딪혔어요. 지금은 괜찮으니 걱정 마세요, 할머니.” 할머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임수아의 얼굴을 살폈다. “정말 괜찮은 거야? 괜히 나를 안심시키려고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지?” “정말이에요,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임수아는 할머니를 안심시키려는 듯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괜찮다니 다행이구나.” 할머니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웃으면서 말했다. “머리 스타일이 정말 예쁘구나! 독특하면서도 잘 어울리네. 역시 우리 수아는 뭘 해도 예뻐.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스타일인데도 찰떡같이 잘 어울리잖아.” 하경림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꺼냈다. “어머니, 저 머리색 좀 보세요. 저건 좀...” 할머니는 단호하게 하경림의 말을 잘랐다. “됐어! 머리색이 좀 튀면 어때서 그래.” 하경림은 입을 다물었지만 임수아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옆에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윤정후는 입을 떡 벌린 채 넋을 잃고 말았다. ‘아니... 할머니가 이걸 다 눈감아주신다고?’ 예전에 이 머리 스타일을 했을 때, 할머니는 당장이라도 바리캉을 들고 와서 그의 머리를 밀어버리려고 하지 않았던가. 엄마가 필사적으로 말리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그는 반짝이는 민머리로 돌아다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임수아에게는 이렇게나 관대하단 말인가. 그는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할머니 옆으로 바싹 다가가 앉았다. “할머니! 잘 보세요, 임수아 저 꼴 좀 보세요. 저 머리색하며 옷차림하며... 그걸 다... 으악!”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가 그의 머리를 냅다 후려쳤다. 할머니는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어른한테 버릇없이! 네 형수님이시다.” 윤정후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형수님은 무슨. 형은 벌써...” “정후야!” 낮고 묵직한 경고음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제야 윤정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형이 했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던 것이다. 윤정후는 입을 삐죽 내밀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모두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식탁에서는 다들 조용히 식사를 했고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식사를 하던 도중, 하경림은 문득 고개를 들어 맞은편에 앉은 임수아를 힐끗 쳐다봤다. 평소 같았으면 임수아가 할머니, 자신, 그리고 윤시혁에게 쉴 새 없이 반찬을 챙겨주고 국을 떠주고 밥을 덜어줬을 것이다. 심지어 새우 껍질을 까 주거나 생선 가시를 발라주는 것도 도맡아서 했다. 그런데 오늘은... 웬일인지 할머니에게만 반찬을 놔주고 자신과 윤시혁은 철저히 외면하는 것이었다. 무슨 일이지? 임수아에게 반찬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윤정후는 임수아의 평온한 옆모습을 보다가 문득 생각난 듯 눈빛을 빛내며 형에게 물었다. “형, 은채 누나 이번에 보니까 다리가 여전히 불편해 보이던데?” 그의 말이 끝나자 식탁 위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정후는 임수아가 반찬을 집던 젓가락을 멈칫하고 평온한 얼굴이 잠시 굳어지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속이 좀 뒤집히지? 흥, 어디 한번 계속 태연한 척 해보시지!’ “은채가 돌아왔어?” 하경림이 윤시혁에게 물었다. 윤시혁 대신 윤정후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네, 얼마 전에요.” 할머니의 표정도 살짝 변했다. 할머니는 임수아를 힐끗 쳐다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 윤시혁의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을 꺼내 발신자 표시를 확인한 그는 잠시 얼굴에 묘한 기색이 스쳤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잠시 후, 그는 돌아왔지만 얼굴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할머니, 엄마, 천천히 드세요. 전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인사를 마친 그는 황급히 자리를 뜨려 했다. “잠깐만.” 할머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 윤시혁을 올려다보며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어딜 가려고? 도대체 얼마나 중요한 일이길래 지금 당장 가야 하는 거야?” “은채가 갑자기 발이 아프다고 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윤시혁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임수아는 시선을 드리웠다. 그녀는 묵묵히 음식을 씹을 뿐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모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서은채와 관련된 일이라면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는 어쩔 줄 몰라 했다. 할머니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발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지! 널 찾는다고 뭐가 달라져? 네가 간다고 아픈 게 낫기라도 해?” 쏘아붙이듯 말한 할머니는 젓가락으로 갈비찜 한 조각을 집어 임수아의 밥그릇에 놓아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얼른 앉아서 밥 먹어.” 윤시혁은 즉시 미간을 찌푸리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저는 꼭 가봐야 해요!” 그는 잠시 멈칫하다가 의미심장하게 한마디 덧붙였다. “아시잖아요... 은채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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