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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차 문이 활짝 열리자 매서운 바람이 사납게 불어 닥쳐 임수아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하얗게 질렸다. “뭐 하는 짓이야?!” 기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수아는 망설임 없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은 쉴 새 없이 멀리 굴러서야 겨우 멈춰 섰다. 바닥에 쓰러진 임수아는 온몸의 통증에 신음하며 얼굴은 마치 하얀 종이처럼 창백했다. 끼익!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기사는 급히 차를 세우고 쏜살같이 내려와 임수아를 붙잡으려 했다. 기사가 내리는 것을 보자 임수아는 극도로 당황했다. 몸을 일으키려 안간힘을 썼지만 온몸이 너무 아팠고 손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작고 예쁜 얼굴에는 절망감이 드리워졌다. 이대로 모든 것이 끝나는 걸까... 빵빵... 바로 그때 요란한 경적 소리가 고요를 깼다. 뒤에서 차들이 몰려오고 있었는데 한 대가 아니었다. 상황을 보자 기사는 이를 악물고 다시 차에 올라 도망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이 차에서 내려 임수아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임수아는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기절해버렸다. ... 임수아가 깨어났을 때는 온몸이 쑤시는 듯했다. “깼어요?”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임수아가 눈을 들어 보니 제복을 입은 여자 경찰이었다. 그녀는 몸을 일으키려고 애썼다. “일어나지 마세요. 많이 다치셨어요.” 경찰이 그녀를 제지했다. 잠시 후, 경찰이 말했다. “왼쪽 팔이 탈골됐고 발목도 삐었어요. 그리고 몸 여기저기에 연조직 손상이 있고요. 그래도 머리는 괜찮으니 다행이세요. 그냥 누워 계세요. 움직이지 마시고요.” “네.” 임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진술 조서를 작성해야 하니 자세하게 사건 경위를 말씀해주시겠어요?” 경찰이 물었다. 임수아는 숨을 크게 쉬고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조서를 다 작성하자 경찰이 말했다. “네, 상황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다른 진전이 있으면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생각나는 점이 있다면 저희에게 연락 주세요.” “네.” “부상이 심하니 가족에게 연락해서 간호를 받는 것이 좋을 겁니다.” 떠나기 전에 여경은 한마디 덧붙였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임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말씀요.” 경찰이 나가자 병실에는 임수아 혼자 남겨졌다. 방 안 가득한 고독과 무력감이 그녀를 휩쌌다.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윤시혁이 너무나 그리웠다. 자신이 무슨 마음인지도 모른 채,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윤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한참 울린 뒤에야 연결되었다. “여보세요, 시혁 씨, 저...” 하지만 임수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왜 우리 형부 찾으세요?” 그 목소리에 임수아는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형부라니? 윤시혁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뿐이었다. 서은채의 여동생 서윤미였다. 임수아는 입술을 깨문 채 간신히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시혁 씨 바꿔주세요.” 서윤미는 비웃듯 가볍게 말했다. “형부는 지금 언니 마사지해주느라 바빠요! 전화 받을 시간 없으니, 무슨 일로 전화했는지 물어보래요.” 임수아는 전화를 쥔 손에 점점 더 힘을 주며 굳은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냉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임수아가 그렇게 전화를 끊는 것을 보고 서윤미는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찰칵. 그때, 화장실 문이 갑자기 열리며 윤시혁이 나왔다. 서윤미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자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순간적으로, 서윤미는 꾀를 생각해냈다. “형부, 아까 전화 왔길래 제가 대신 받았어요. 임수아가 전화해서 꼭 다시 전화해달라고 하던데요.” 말을 마친 후,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휴대폰을 윤시혁에게 건네며 이어서 말했다. “아, 맞다. 그리고, 형부가 전화 안 하면 할머니한테 전화하겠다고 하던데요.” 그녀는 이미 윤정후를 통해 윤시혁이 풀려난 데 임수아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말을 듣자 윤시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들어 임수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시혁의 전화번호가 뜨자 임수아의 얼굴은 금세 환해졌다.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말해!” 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갑고 매서웠으며 짜증이 섞여 있었다. 임수아의 마음이 순간 쿵 내려앉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시혁 씨, 나 지금 병원에 있는데, 혹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시혁은 냉정하게 그녀의 말을 잘라냈다. “임수아, 또 무슨 꿍꿍이야? 병원? 왜? 내가 널 위해서 은채를 내팽개치고 갈 거라고 생각해?” 임수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윤시혁의 말은 마치 가장 날카로운 비수처럼 그녀의 심장에 깊숙이 박혔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벌리며 무의식적으로 변명하려 했다. “거짓말이 아니...” “됐어! 나 바빠. 할머니를 이용해서 날 협박하고 싶다면 마음대로 해!” 임수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윤시혁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기에서 끊기는 소리가 들리자 임수아는 갑자기 웃었다. 웃다 보니 눈물이 눈가에서 뚝뚝 떨어졌다. 이런 결말은 이미 예상했던 것 아니었던가. 왜 굳이 전화를 걸어 스스로를 비참하게 만든 거지? 이제 그에게 그 어떤 기대도 품지 말아야 했는데... 임수아는 코를 훌쩍이며 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그녀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윤시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아침 10시, 법원 앞에서 봐요.] 윤시혁은 답장을 보내지 않았지만 임수아는 그가 메시지를 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어서 그녀는 황영진에게 메시지를 보내 계약은 다음 날로 미루자고 전했다. 황영진의 답장을 받은 후, 임수아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몸이 너무 아파서인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 다음 날. 타임즈 빌딩.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임현지는 성혜란의 팔짱을 끼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걸음을 옮기면서 임현지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엄마, 정말 괜찮을까요? 그냥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요? 황 PD님이 이미 적합한 사람을 찾았다고 했는데, 우리가 또 와서 억지를 부리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괜찮아.” 성혜란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수아가 황 PD랑 친하다고 했잖아? 그럼 그 애 이름 팔아서 황 PD 찾아가서 널 뽑으라고 하면 돼. 겸사겸사 수아가 거짓말한 건 아닌지도 확인하고 말이야!” 그 말에 임현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임수아의 이름을 내세워 너무나 쉽게 건물에 들어와 황 PD의 사무실 문 앞에 섰다. 똑똑. “들어오세요.” 허락이 떨어지자 성혜란은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뜻밖의 인물이 나타나자 황영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임현지 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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