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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0장

이 말을 듣고 연회장은 차가운 냉기로 가득 휩싸였다. 노부인이 스스로 나서서 하구천을 상석에 앉히기로 결심했다니 분명 아무도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천억짜리 혼수라는 말까지 꺼내놓는 그녀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정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하구천이 순조롭게 문주 자리를 물려받는다면 노부인으로서 못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를 것이다! 결국 상석에 앉는 일은 원래 쌍방의 피 튀기는 싸움이다. 항도 하 씨 가문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노부인은 사실 소리 소문 없이 하문준의 체면을 세워 주는 척 한발 양보하는 듯 보였다. 그러다 노부인이 하문준의 조건을 들어줄 것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을 즈음 뒤통수를 날려버린 것이다. 하문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머니, 아무리 생신날 소원이라도 하더라도 그건 들어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노부인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결국 네가 내 생일날 나를 거역하겠다는 것이냐?” “어머니, 말씀하신 대로 오늘은 어머니 생신입니다. 자식 된 도리로 절대 어머니의 생신 소원을 거절하면 안 되는 거지요. 허나...” “어머니의 요구는 사실 항도 하 씨 가문의 미래와 항성과 도성의 정세, 나아가 대하의 전반적인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도저히 들어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구천을 상석에 앉히다니! 말도 안 됩니다!” “상석에 앉는 사람이 하현이 아니어도 됩니다!” “항도 하 씨 가문 누구라도 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구천만은 안 됩니다!” 하문준의 말을 들은 하구천은 갑자기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하문준이 얼굴을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넷째 숙부인 문주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깡그리 뭉개는 행동을 도저히 두 눈 뜨고 가만히 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얼굴을 사정없이 휘갈기는 언행이었다! 하구천이 미친 듯이 눈을 희번덕이고 있을 때 노부인이 섬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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