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오후 세 시, 준비를 마친 주여린은 샤넬로 쫙 빼입고 한정판 가방을 들고 하이힐을 신은 채 대범하게 서아진이 있는 건물 로비로 들어갔다.
데스크에서 어떻게 왔냐고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바로 꼭대기 층으로 향하는 전용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 눈앞에 펼쳐진 건 설계감이 두드러진 탁 트인 공간이었다. 인테리어는 무채색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았는데 마감이 깔끔했다.
통유리로 도심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었다. 공기 속에는 은은한 커피 향과 책 냄새가 깔려 있었는데 차분하면서도 효율을 따지는 작업실의 문화가 느껴졌다.
주여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기억하는 서아진은 따듯하고 잔잔한 디자인을 선호했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오피스룩을 한 젊은 비서가 앞을 막아서며 공손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예약하셨나요?”
“서아진 씨를 찾습니다.”
주여린이 턱을 추켜세우며 묘하게 거슬리는 말투로 말했다.
“가서 전해요. 주여린이 찾는다고.”
비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주여린 씨. 서 대표님 지금 바쁘셔서 예약하지 않은 손님을 만날 시간이 없습니다. 이만 나가주세요.”
“내가 누군지 알아요?”
주여린은 잔뜩 약이 올랐지만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나 그쪽이 말하는 서 대표님과 아는 사이에요. 중요한 일이 있어서 찾아온 거라고 들어가서 보고해요. 그러면 만나줄 거예요.”
비서가 거절하려는데 작업실 내부 회선이 울렸다. 전화를 받은 비서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대답하더니 옆으로 비켜섰다.
“주여린 씨, 서 대표님이 모셔 오라고 하네요. 이쪽입니다.”
주여린은 서아진이 아직 자기를 문전박대할 용기는 없다고 생각해 입꼬리를 올리며 비서를 따라 제일 안쪽에 자리 잡은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서아진은 큰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빠르게 타자했다. 아주 심플한 화이트 블라우스를 입고 긴머리를 묶었을 뿐인데 매끈한 이마와 아름다운 목덜미에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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