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8장
김준혁은 차를 안정적으로 몰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계속 침묵을 지키는 두 사람 때문에, 차 안에는 조용한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때 에어컨 바람에 조금 불편함을 느낀 나윤아가 참지 못하고 가볍게 기침했다.
김준혁은 얼른 에어컨을 끄고, 나윤아 쪽 창문을 내려주었다.
차 안으로 불어 드는 밤바람에 깊게 숨을 들이쉬었더니 한결 편안해졌다.
"나윤아, 한나 씨에게 들었는데, 예전부터 나를 좋아했다고 하더라. 맞아?" 나윤아가 막 눈을 감고 잠시 쉬려던 찰나, 김준혁이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윤아는 김준혁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답이 그렇게 중요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 이미 이혼했어."
두 사람의 결혼은 이미 끝이 났기에, 나윤아는 이런 일들이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중요해." 김준혁이 대답했다.
나윤아의 마음에 갑자기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그녀는 김준혁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김준혁이 다시 물었다. "나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 심지어 유도현에게도 물어봤지만, 십여 년 전 네가 어떻게 나를 알게 됐는지 도저히 기억이 안 나. 나윤아, 그때의 일을 말해줄 수 있어?"
그날 한나는 김준혁을 찾아와 무심결에 입을 잘못 놀렸다.
하지만 한나의 말은 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김준혁은 나윤아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해 왔다는 건 몰랐다.
나윤아는 이제 겨우 이십 대인데, 만약 십여 년 전부터라면 그를 좋아했다면 인생의 절반을 그를 좋아한 셈이다.
이런 여자를 자신이 저버렸고, 심지어 두 사람이 처음 어떻게 만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김준혁은 그 시절의 일을 알고 싶어졌다.
나윤아는 김준혁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김준혁을 오랫동안 좋아했다는 걸 김준혁한테 들켰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그가 이 일을 반복해서 언급하며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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