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장
김다연은 손에 들고 있던 봉투 몇 개를 건넸다. "나는 너에게 사과하러 온 거야. 예전에는 내가 어리고 철이 없었어.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어리고 철 없었다고?'
'내 기억이 맞다면 김다연도 내 또래 아니었던가?'
김다연의 말에 나윤아는 헛웃음이 나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넌 2월 생이고, 난 9월 생이잖아."
나이로 치면 그녀는 오히려 김다연보다 반 년 더 어리다.
김다연은 잠시 멍해져서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윤아와 강하윤은 이미 차에 올라탔다.
차에 앉은 강하윤은 나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시동을 걸었다.
제 앞으로 천천히 지나가는 차를 본 김다연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나윤아! 네가 감히 나더러 나이 많다고 했어?"
한편, 자동차 백미러를 흘긋 쳐다 본 나윤아는 미친 듯이 화를 내는 김다연의 모습에 기분 좋은 듯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15분 후, 차는 호텔 입구에 멈췄다. 운전기사가 빙 돌아와 문을 열어주자, 나윤아는 얼른 차에서 내렸다.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인걸요."
나윤아는 싱긋 미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병서의 딸이라는 신분이 밝혀진 탓에, 어딜 가나 그녀에게 아부하는 사람들이다.
다만 나윤아는 이런 아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 식사는 서울 북부에 있는 땅 문제 때문에 마련한 자리다. 나윤아가 전에 나 씨 그룹 임원으로 있으면서 상대와 약속을 잡았었지만, 상대는 거절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나병서의 외동딸이라는 사실이 막 밝혀지자, 어제 상대방 비서가 강하윤에게 전화해 만나자고 제안했다.
서울 북부 땅을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에는 온씨 가문은 이번에 이 땅을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솔직히 말해서, 온지환과 경쟁하는 건 나윤아한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식사 자리는 꽤 즐거웠다. 다만 상대는 마지막까지 나윤아에게 유리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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