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장
나윤아는 거의 열 시가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깼다. 평소에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녀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몸을 조금 움직여 침대에 기대어 앉으니 약간 덥고, 머리도 지끈거렸다.
그녀는 서랍에서 전자 체온계를 꺼내 열을 재봤다. 역시 열이 있었다.
나윤아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강하윤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이불을 뒤집어쓴 채 다시 잠에 들었다.
아마 아파서일 것이다. 그녀는 꿈속에서 예전의 많은 일들을 보았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 불량배들에게 길을 막혔던 기억. 그녀는 그중 한 명에게 기습을 당해 기절했고, 이후 한 남학생에게 구출되었다.
꿈속에서 그 남학생은 그녀에게 달려와 안아주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어진 꿈에서 그녀는 병원에 있었고, 나병서와 민아린이 곁을 지키고 있었다.
간호사는 그녀를 병원에 데려온 남학생이 아무런 연락처도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남겨진 유일한 것은 야구 점퍼 한 벌뿐이었다.
그 외투에는 피가 많이 묻어 있었고, 민아린이 그것을 세탁하다가 안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
쪽지에는 "김준혁,..."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나윤아는 갑자기 깨어나 하얀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이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이마의 땀을 닦고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뒤, 커튼을 열었다.
한숨 푹 자고 나니 벌써 열두 시가 넘었다. 햇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았다.
그녀는 한동안 통유리창 앞에 서 있다가, 한참 후에야 몸을 돌려 세면하러 갔다.
차가운 물이 얼굴에 끼얹어지자 온몸이 덜컥 떨렸다.
거울 속 그녀의 얼굴은 초췌하고 창백했다. 정말 환자 같았다.
그때 밖에서 그녀의 휴대폰이 격하게 진동했다. 그녀는 몸을 돌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에요?” 나윤아의 낮고 쉰 목소리를 들은 조태준은 전화기 너머에서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는 그제야 상대가 조태준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그리곤 기침을 두 번 하고 목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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