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
“신장은 이미 병원으로 보내 네 어머니께 이식 수술을 했는데 지금 대체 무슨 나리를 피우는 거야?”
‘감히 신장 이야기를 꺼내다니.’
강태리는 그의 뻔뻔한 모습을 보며 갑자기 너무나도 어이가 없어 입을 떡 벌렸다.
“육지헌, 너 지금 내가 어머니의 죽음까지 이용해서 쇼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엄마는 이식할 신장이 없어서 수술대 위에서 돌아갔어. 엄마가 죽을 때 아직 수술한 칼자국이 열려 있었다는 거 너 알아? 그런데 너, 지금까지도 나를 속이려고 해? 소민희가 직접 말했어. 그 신장은 네가 저년 가정부에게 줬다고.”
소민희가 육지헌 뒤에 움츠러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헌 오빠, 강태리 씨가 뭔가 오해한 것 아닐까? 난 그냥 태리 씨가 신장 기증을 양보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와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했을 뿐이야.”
육지헌은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약간 누그러뜨렸다.
“가정부에게 신장을 양보한 건 다른 지원자야. 민희가 상황을 정확히 몰라서 착각한 거야.”
그는 강태리를 향해 돌아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너 때문에 민희가 놀랐잖아. 게다가 억울하게 몰아붙이기까지 하고. 당장 사과해.”
“사과하라고?”
강태리는 기가 막혀 웃음이 터질 뻔했다.
“우리 엄마와 선생님을 죽인 이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소민희가 살며시 육지헌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부드럽게 말했다.
“그만하자. 지헌 오빠, 강태리 씨가 너무 슬퍼서 그런 것 같아. 싸우지 마. 이 빈소도 아마... 이런 방식으로 오빠의 관심을 끌려고 한 것뿐이겠지.”
육지헌의 표정이 굳어졌다. 강태리를 향한 그의 눈빛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넌 민희가 그렇게 미워? 널 키워준 어머님까지 저주할 정도로?”
강태리는 오랫동안 사랑해 온 이 남자를 바라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문 쪽을 가리키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당장 우리 엄마 빈소에서 나가.”
소민희가 육지헌의 소매를 가볍게 잡아당기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헌 오빠, 내가 뭔가 잘못했나 봐? 오빠가 나 때문에 강태리 씨랑 다투는 거... 난 내 힘으로 당신을 돕고 싶었을 뿐인데...”
“강태리 씨가 날 그렇게 싫어할 줄은 몰랐어. 난 당신들이 이렇게 싸우는 거 보기 싫어, 우리 이제 연락하지 말자.”
그녀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조심스럽게 강태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태리 씨가 임 교수님 일로 날 원망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당신은 임 교수님을 정말 몰라요. 그날 밤 그분이 나를 집으로 불러서 사건에 대해 논의하자고 했다가 결국에는...”
“닥쳐.”
강태리는 날카롭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
“임 교수님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
소민희는 마치 용기를 낸 듯 말을 이어갔다.
“날 소파에 밀어붙이고 자기 말을 따르면 사건이 순조롭게 끝날 거라고 했어요. 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어요. 그만 실수로 그분을 밀쳐버렸지 정말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는데...”
퍽.
강태리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소민희의 뺨을 때리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목은 공중에서 육지헌에게 꽉 붙잡혔다.
“강태리, 미친 거야?”
육지헌은 그녀를 거칠게 밀쳤다.
“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제는 사람을 때리려고까지 해?”
강태리는 휘청거리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균형을 잡기도 전에 육지헌의 품에 안긴 소민희가 그녀를 향해 비웃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소민희를 가리키며 육지헌에게 목이 터지라 외쳤다.
“네가 보호하는 이 여자가 얼마나 독한 마음을 가졌는지 제대로 봐.”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육지헌은 그녀의 뺨을 때렸다. 뜨거운 통증이 볼을 타고 번져갔지만 그녀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육지헌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좀 정신 차려.”
육지헌은 차갑게 말했다.
“임형석이 어떤 사람인지 경찰서 안에서 모르는 사람 없어. 너만 그 쓰레기를 성인군자로 여길 뿐이지.”
그는 몸을 돌려 소민희의 어깨를 감쌌다.
“가자.”
“육지헌.”
강태리의 목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다. 그는 발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이혼해.”
공기가 그 순간 굳어버렸다. 육지헌의 등은 잠시 뻣뻣하게 굳어지더니 그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혼으로 나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마음대로 해.”
두 사람이 서로 의지하며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태리는 천천히 입가의 피를 닦아냈다.
이 순간 그녀 마음속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이 결혼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