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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강태리는 지친 몸을 이끌고 경찰서로 향했다.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이 느껴졌다. 이전에는 다정하게 인사하던 동료들이 이제는 마치 피하듯 그녀를 외면했고 몇몇 젊은 형사들은 심지어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 “아니 어떻게 저런 사람이 아직도 경찰서로 와?” “증거를 위조해서 남을 모함하다니, 경찰서 체면을 말아먹었어.” “듣자 하니 소민희 씨를 질투해서 그랬다던데...” 강태리는 슬픔을 참으며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지만 출입 카드를 아무리 긁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인사과로 가자 장신영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강 교수님, 퇴직 절차는 다 끝났습니다.” “퇴직이라고요?” 강태리는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전 퇴직 신청서를 낸 적이 없는데요.” “육 대표님께서 직접 처리하셨습니다.” 장신영은 서류 상자를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정신이 불안정하시니 장기 휴양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 교수님, 어서 가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지금 경찰서 안에서 다들 교수님 때문에 불만이 많아요.” 강태리는 서류 상자를 안고 인사과를 나섰다.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형사과 사무실 앞을 지나칠 때 누군가 소리쳤다. “꺼져. 우리한테 네 같은 쓰레기는 필요 없어.” 종이 뭉치가 그녀의 얼굴에 날아들었고 두 번째, 세 번째가 이어졌다. 한때 함께 싸웠던 동료들은 지금 그녀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도망치듯 경찰서를 뛰쳐나왔다.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육지헌이라는 세 글자를 보고 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전화를 받았다. “이제 알겠어?” 육지헌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내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집으로 와. 우리 진지하게 얘기 좀 하자.” “집이라고?” 강태리는 쌀쌀하게 웃었다. “그곳은 더는 내 집이 아니야.” “그럼 내가 기억을 떠오르게 해주지.” 육지헌의 말이 끝나자마자 검은색 자동차가 그녀 앞에 멈춰 섰다. 두 명의 경호원이 차에서 내려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뭐 하는 거야? 놔.” 강태리는 강제로 차에 태워져 별장으로 끌려갔다. 감금된 후 강태리의 저항은 날마다 거세졌다. 첫 번째, 그녀는 스탠드 조명을 깨뜨려 유리 조각으로 목을 겨누며 육지헌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약물이 투여되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두 번째, 그녀는 일부러 촛대를 넘어뜨려 불을 내고 혼란을 틈타 탈출하려 했으나 때맞춰 도착한 경호원이 그녀를 연기 속에서 끄집어냈다. 세 번째, 식사용 나이프에 수면제를 발라 음식을 가져온 경호원을 쓰러뜨렸으나 정문을 뛰쳐나가려는 순간, 순찰 중이던 다른 경호원에게 제지당했다. 매번 실패할 때마다 육지헌이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차갑게 식어갔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밤, 강태리는 별장에서 가장 높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날 보내줘.” 그녀는 처마 끝에 서서 잠옷이 비에 젖어도 상관하지 않고 외쳤다. “안 그러면 뛰어내릴 거야.” 아래에서 육지헌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꼭 그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여야겠어?” “오히려 당신이 날 몰아붙인 거야.” 강태리의 떨리는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고 울려 퍼졌다. “육지헌, 나를 내보내 주든지 아니면 내 시체를 치우든지, 선택해 봐.” 그녀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자 발밑의 기와가 삐걱거렸다. 그녀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는 순간 육지헌이 경호원에게 눈짓했다. 갑자기 아래에서 안전그물이 튀어나와 그녀를 단단히 붙잡았다. “도망치겠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의사는 육지헌의 지시에 따라 강태리에게 근육 이완제를 주사했다. 그녀는 온몸에 힘이 풀려 팔을 들 힘조차 없어졌다. 무력해진 강태리를 보며 육지헌의 두 눈에 애틋한 감정이 스쳤으나 이내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 “강태리, 우리 부부잖아. 서로 증오하는 사이로 변해야겠어?” 그가 강태리의 뺨을 만지려 손을 뻗었지만 강태리가 고개를 돌려 피했다.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보더니 강태리에게 말했다. “잘 생각해봐. 회사 일이 있어 저녁에 돌아올게.” 육지헌이 떠나자마자 소민희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어머, 가엾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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