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몰라.”
조옥정은 정말 대단했다. 심장을 붉은 주머니에 넣어두어 토끼 요정의 요괴 눈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좋아, 다시 말할게. 심장만 돌려주면 너희 둘을 산 아래까지 안전하게 보내줄 수도 있어.”
토끼 요정의 이를 갈아대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렸다.
“없어.”
나는 토끼 요정이 진짜로 우리를 살려줄 거라 믿지 않았다. 설령 그 말이 사실이라 해도, 심장을 넘길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좋다. 그럼 내가 너희를 직접 끝내주지...”
토끼 요정의 분노는 이미 폭발 직전이었다. 곧이어 사방에서 들이닥치는 광풍이 나와 조옥정을 향해 몰아쳤다.
거대한 악룡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며 덮쳐오는 것처럼, 금방이라도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
이번에는 정말 도망칠 곳이 없다는 걸 알았다.
‘미안해, 조옥정. 전부 내 탓이야.’
나는 본래 흉한 운명을 타고났다. 음도 양도 아닌 채 태어난,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었다. 태어날 때부터 18살을 넘기지 못한다는 운명이었고, 내가 죽는 건 아무렇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조옥정까지 얽히게 만들 줄은 몰랐다.
나는 있는 힘을 모두 짜내 조옥정을 품에 안았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몸은 알 수 없는 힘에 떠밀리듯 가벼워졌으며, 한 조각 나뭇잎처럼 광풍에 휩쓸려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멍멍...”
희미한 의식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 눈을 번쩍 떴다.
옆에는 열몇 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 귀 근처에서 개 소리를 흉내 내고 있었다.
아까 들린 소리는 진짜 개가 아니라 이 여자 아이의 소리였다.
“스승님! 스승님! 진짜로 깨어났어요!”
아이는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폴짝폴짝 뛰며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네모난 나무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온 힘을 짜내 몸을 일으키자, 여기는 시골의 작은 대나무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은 전부 대나무로 지어져 있었고, 창문으로 흘러드는 햇살이 침대 위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