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나는 잠시 멍해 있다가 방금 염효남이 했던 말의 의미를 뒤늦게 이해했다. 그녀가 아까 은닉 부적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모든 상황이 바로 연결되었다.
“아, 이럴 수가. 제가 그래서 아까 조심하라고 했잖아요!”
조옥정은 얼굴을 붉힌 채 공중으로 살짝 떠오르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다른 방으로 부랴부랴 숨어버렸다.
순식간에 나는 텅 빈 거실 한가운데 혼자 남겨졌다. 그 모습은 마치 외로운 노인네처럼 어정쩡했다.
“참... 이 둘도 유난이지. 결국 할 건 언젠가 다 할 텐데.”
나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쓴웃음을 짓고 중얼거렸다. 두 여자가 동시에 도망가 버린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냉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노려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으면서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거실 오른쪽 전방에는 넓은 통유리 창이 연결된 큰 발코니가 있었다.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 있고 떨어짐 방지를 위해 난간 앞에 여러 물건이 세워져 있는 구조였다.
그런데 시선을 돌리는 순간, 창문 바로 앞에 두 개의 눈동자가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은 어둠이 가라앉기 시작한 시간이었다. 창밖의 검은 그림자는 전신을 검은 옷으로 덮은 채 공중에 떠 있었다. 기괴하기 그지없는 그것의 눈을 보는 순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가능한 건 이곳은 13층이었다. 사람이 창밖에 떠 있을 리가 없었다.
“옥정아! 효남아! 빨리 나와!”
내가 급하게 부르자 조옥정과 염효남은 빠른 속도로 방에서 뛰어나왔다.
“무슨 일이에요, 여보?”
“저기 봐. 밖에 떠 있는 거, 보이지?”
두 사람은 동시에 내가 가리키는 창밖을 바라봤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의 몸이 굳어버렸다.
“저게... 뭐야!”
염효남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눈동자는 공포로 흔들렸다.
그 반응만으로도 나는 확신했다. 저건 귀신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괴물이라는 걸.
“또 다른 요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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