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멍해 있던 박도운은 정신이 번쩍 들었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할아버지,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박충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박씨 가문의 규율을 잊은 거야? 남자가 아내를 버리면 채찍으로 100대 맞아야 하고 여자가 남편을 버리면 곤장 30대를 맞아야 해. 이건 조상님들이 정한 규칙이야.”
박도운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규칙이요?”
그러니까 임서희가 정말 곤장 30대를 맞았다는 말인가?
잠시 후, 무슨 생각이 떠오른 박도운은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할아버지는 부처님을 믿으시는 분이시잖아요. 마음이 너그러우신 분인데 어떻게 정말 여자한테 곤장을 때릴 수가 있어요? 임서희와 짜고 절 속이려는 거죠?”
박충수는 박도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집사에게 눈빛을 보냈다.
집사는 바로 문서 하나를 박도운에게 건넸다.
“서희랑 약속했으니까 내가 한 말은 지켜야지. 박도운, 이혼 합의서에 사인해. 그 후 절차는 집사에게 맡길 거야.”
박도운은 단번에 이혼 합의서를 낚아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니 눈에 띄는 서명이 보였고 임서희라는 세 글자가 똑똑히 적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합의서 내용을 훑어보고 피식 웃으며 이혼 합의서를 한쪽으로 던져버렸다.
“할아버지, 서희가 말 안 하던가요? 맨몸으로 이 집에서 나가겠다고 했어요. 이윤이와도 관계를 끊겠다고 했고요.”
“이 합의서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네요. 일부러 이러는 거죠? 저한테 고육지책이라도 쓰는 겁니까? 서툰 연기 이제 그만 하시죠.”
박도운은 말하면서 은근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연기라면 30대의 곤장도 거짓이라는 뜻이다.
박도운의 말에 박충수는 불같이 화를 냈다.
“못된 놈. 서희한테 네가 어떻게 했는데? 맨몸으로 나가라고 하다니. 너 같은 손자 필요 없다. 다시는 찾아오지 마. 당장 이놈 쫓아내.”
박충수에게 쫓겨난 박도운은 불안하고 불쾌했다.
차에 올라탄 후,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고 임서희의 병실을 찾아갔다.
손잡이를 막 누르려는데 갑자기 안에서 허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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