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박도운?’
그 이름을 다시 들은 순간, 임서희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허준혁을 바라보았다.
허준혁의 표정이 유난히 무거워 보였지만 임서희의 입꼬리는 옅게 올라갔다.
“왜요? 그새 죽기라도 했어요?”
허준혁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고쳤다.
“어... 정확히 말하면 죽은 건 너야.”
임서희가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자, 그는 조심스럽게 설명을 덧붙였다.
“수술이 있던 날, 박도운은 어디선가 네 ‘사망 소식’을 들었어. 그리고 너를 위해 칠일장까지 치렀어.”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다음 달에 재혼한대. 신부는 그동안 곱게 숨겨둔 애인, 류가희야.”
허준혁은 말끝을 흐린 채 임서희의 반응을 살폈다.
적어도 당혹감이나 화가 비칠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임서희의 표정에는 오히려 얕은 기쁨이 스쳤다.
“잘됐네요. 쓰레기는 쓰레기끼리! 정말 좋은 소식이에요!”
허준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임서희가 박도운의 재혼 소식에 이토록 무심할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서희야, 앞으로 어떤 신분으로 살아갈 거야? 원래 신분은 박도운이 사망신고 해버렸어.”
임서희는 담담했다.
“신분은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 필요한 건 제 뇌에 있는 슈퍼칩과 완전히 동기화하는 일뿐이죠.”
허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내가 슈퍼칩 적응 프로그램을 준비해 뒀어. 첫 번째 단계는...”
그는 한 장의 리스트를 건네주었다.
임서희의 시선이 첫 줄에서 멈췄다.
‘1단계: 사지 적응 훈련, 도하시 여성 펜싱대회 참가하기.’
그녀의 눈빛에 의욕이 보였다.
...
삼 일 뒤, 도하시 펜싱대회 대기실.
임서희는 아직 손에 익지 않은 동작으로 자신의 플뢰레를 점검하고 있었다.
그때 대기실 입구에서 소란이 일었다.
“류가희 씨 도착하셨습니다!”
“어머, 류가희 씨! 한 달 뒤면 호렌 그룹 대표이사님과 결혼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런 분이 이런 아마추어 대회까지 나오시다니, 너무 겸손하신 것 아닌가요?”
앞다투어 쏟아지는 아부들이 들려오자, 임서희는 곁눈질로 문 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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