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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박씨 가문의 체면이 바닥에 떨어졌어. 서희가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녀?” 박충수는 큰소리로 꾸짖으며 가슴을 헐떡거렸다. 뺨을 한 대 얻어맞은 박도운은 조롱이 섞인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 똑똑히 보세요. 3년 전, 할아버지가 저한테 억지로 밀어 넣은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서희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모를 줄 알아? 넌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도 어찌 이리 사람 볼 줄을 몰라. 그동안 서희가 너 때문에 얼마나 애를 썼는데.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야?” 머리끝까지 화가 차오른 박충수를 보며 임서희는 급히 그를 부축하여 소파에 앉혔다. “할아버지, 전 괜찮아요. 화 푸세요. 이러다가 편찮으시면 어떡해요?” 박충수는 임서희를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희야, 너한테 면목이 없구나. 저놈이 이렇게까지 널 모욕할 줄 몰랐어. 이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넌 아무 걱정 하지 말거라.” “할아버지, 그 일은 나중에 얘기하시고요.” 이때, 박도운이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오늘 이리 온 건 할아버지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말을 마친 박도운은 임서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가 얼른 이혼 얘기를 꺼내라고 자신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 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가정의가 앞으로 다가왔다. “도련님, 사모님. 어르신께서 검사를 받아야 할 시간이에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박충수는 매주 정기 검진을 받았다. 임서희는 어쩔 수 없이 말을 삼키고 소파에서 일어나 박도운과 나란히 서 있었다. 의사가 박충수에게 검사 장비를 연결할 때, 박도운이 그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 오늘은 시간 많으니까. 네가 이혼 얘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 이혼이 이렇게 성급한 걸 보니 그 여자를 하루빨리 집안으로 들이려는 생각인 것 같았다. 임서희가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가정의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심박수가 불안정합니다. 화내지 마시고 자극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박충수는 박도운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이 늙은이가 오래 살지는 다 너한테 달렸어.” 박도운은 그 말을 듣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임서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머릿속에 박충수가 프릭쇼에서 자신을 구해줄 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놈들이 우리나라 아이들을 다치게 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12년 전, 박충수는 위풍당당하게 해외의 지하 세력과 싸웠었다. 그러나 이제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었고 일 년에 세 번이나 중환자실에 들어간 허약한 노인이 되었다. 그녀가 하려는 말은 분명 박충수를 노발대발하게 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검사가 끝나자 박충수는 친절하고 온화한 표정으로 임서희를 바라보았다. “서희야, 할 말 있으면 해.” “저...” 임서희는 고개를 숙인 채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목구멍이 꽉 막힌 임서희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곧 할아버지 생신이시잖아요. 뭐 받고 싶은 선물 있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서희는 박도운이 있는 곳에서 매서운 한기가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할아버지의 건강을 고려하여 이혼 얘기를 며칠만 미루기로 했다. 박충수는 싱글벙글 웃었다. “서희는 참 착해. 아무것도 필요 없다. 너희들만 잘 지내면 바랄 게 없어.” 박도운은 차갑게 말을 끊어버렸다. “어떤 사람은 참 겉과 속이 다르더라고요. 진짜 모습이 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그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임서희를 노려보았다. 순간, 박충수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로 박도운의 다리를 내리쳤다. “사당에 가서 두 시간 동안 무릎 꿇고 있어. 서희 넌 옆에서 지키고 있거라.” 박충수의 명령이 떨어지자 집사가 두 사람을 데리고 뒷마당에 있는 사당으로 향했다. 박씨 가문의 오래된 사당에는 박씨 가문 조상들의 위패가 놓여 있었고 그 중에는 박도운 아버지의 위패도 놓여 있었다. 박도운은 꼿꼿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조상님들과 아버지에 대한 존중 때문인 건지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지만 핏줄이 터질 정도로 주먹을 꽉 움켜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본가를 떠나면 그가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걸 임서희는 잘 알고 있었다. 2시간 후, 임서희는 박도운을 따라 본가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갑자기 그가 입을 열었다. “클럽으로 가.” 그 말에 임서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런 곳에 왜 자신을 데리고 가는 걸까? “도운 씨, 조금 전에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의사 선생님 말씀을 듣고 나니...” “할아버지가 그런 작은 일에 쓰러지실 것 같아? 처음부터 이혼할 생각 없었던 거지? 날 가지고 논 거야? 나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가 무슨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었던 임서희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어느덧 차가 고급 클럽의 주차장에 들어섰고 그에게 끌려 차에서 내린 임서희는 비틀거리며 클럽의 한 룸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정장 차림의 남자 셋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남자들은 임서희를 본 순간, 눈빛이 이글거렸고 그 모습에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졌다. 임서희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애써 차분하게 말했다. “여긴 왜 온 거예요? 함부로 하지 말아요.” 박도운은 담담하게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안으로 들어가 소파 가운데 앉았다. 짧은 대화가 오가고 임서희는 박도운이 비즈니스에 대해 얘기 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들은 마침 그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벨라스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자리에 왜 그녀를 데리고 온 걸까? 의아해하던 중, 한 남자가 벨라스어로 물었다. “박 대표님과 같이 오신 여자분 참 아름답네요. 저희한테 하룻밤 내어줄 수 있나요?” 그 말에 임서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의 긴장한 모습을 눈치챈 박도운도 조금 놀란 눈치였다. “너 벨라스어 할 줄 알아?” 임서희가 대답하기도 전에 박도운이 유창한 벨라스어로 협력 업체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이 여자를 원합니까? 우리 호렌 그룹에 얼마나 이익을 양보할 수 있죠?”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그가 자신을 비즈니스 협상의 카드로 삼다니... 굴욕과 두려움이 온몸에서 터져 나왔다. 다행히 상대는 10%밖에 이윤을 양보하지 않았고 그도 임서희를 상대에게 내주지 않았다. 미팅이 끝난 후, 박도운은 그녀를 롤스로이스로 밀어 넣고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그녀를 향해 차갑게 경고했다. “또 한 번 이런 일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오늘 이 자리는 박도운이 임서희를 향한 경고였다.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부잣집 사모님에서 저급한 술집 여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눈을 들어 박도운과 시선을 마주쳤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박도운은 망설임없이 고개를 돌렸다. “그냥 이대로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 마. 집에 가. 가면 깜짝 놀랄 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차갑게 말하던 박도운은 차 문을 쾅 닫더니 운전기사를 향해 말했다. “별장으로 데려다줘.” 임서희는 박도운이 말한 서프라이즈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별장으로 돌아오니 류가희가 박이윤과 함께 그림책을 보고 있었다. 박이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류가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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