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박이윤은 아버지 박도운에게 혼날까 봐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얼른 류가희의 뒤로 숨었고, 류가희는 걱정하는 척하며 아이를 안았다.
“이윤아, 다친 데는 없지?”
박이윤은 고개를 저었다.
박도운은 뜨거운 약물이 튀어 망가진 임서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희야, 이윤이 데리고 학교 가.”
“네.”
류가희는 순순히 대답하고 박이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뒤이어 여러 명의 경호원이 따라붙었다.
거실에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고 도우미들은 눈치를 살피며 꼼짝하지 못했다. 박도운은 다시 소파에 앉고 임서희의 얼굴을 외면한 채 날카롭게 말했다.
“왜 안 피했어?”
도우미들도 다 피했는데 그들보다 훨씬 민첩한 임서희에게 약물을 피하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임서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제가 피하면 사모님은 더 난리였을 겁니다. 박 대표님도 곤란해지셨겠죠. 그러니 저 같은 하찮은 경호원 하나 희생해서 대표님의 가정을 지킬 수 있다면 나쁘진 않잖아요?”
박도운은 말이 없었고 담배 케이스에서 담배 하나를 꺼냈지만 불을 붙이지 않고 한참 동안 멈춰 있었다.
오랜 침묵 끝에야 그는 입을 열었다.
“이윤이는 내 아들이야. 그러니 이윤이가 한 일은 내가 책임져야지. 보상으로 이신영 씨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게.”
박도운은 이 핑계로 그녀가 요즘 은근슬쩍 그를 흔드는 의도가 뭔지 알아낼 생각이었다.
임서희는 천천히 다가와 그의 앞에 무릎을 꿇듯 앉더니 그의 손에서 라이터를 가져갔다.
딸각.
파란 불꽃이 일며 임서희의 손상된 피부와 박도운의 날카로운 턱선을 비췄다.
둘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바라는 건 박 대표님이 저와 이틀만 같이 있어주는 겁니다.”
그러면서 라이터의 불꽃을 그가 물고 있는 담배 끝으로 가져갔다.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며 박도운의 눈빛을 가렸고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넌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 없어. 다른 거 말해.”
“그런데 전 그거 말고는 원하는 게 없어요. 대표님께서 못 하시겠으면 방금 말한 건 취소할게요.”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