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심명준은 절벽 끝에 굳어 선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 심장은 수많은 가느다란 바늘에 한꺼번에 꿰뚫린 듯했고, 뒤늦게 몰려온 압도적인 공포가 분노를 끝내 무너뜨리며 그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두려움과 분노, 고통과 후회가 덩굴처럼 심장에 칭칭 감겨 숨조차 쉬지 못하게 했다.
“허억...”
심명준은 목울대가 크게 들썩이며 고통스러운 숨이 새어 나왔다. 시야가 까맣게 흔들렸고 익숙한 피비린내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명준 오빠!”
허지연이 놀라 흔들리는 몸을 붙잡았지만, 심명준은 거칠게 팔을 뿌리쳤다. 무릎이 꺾일 듯한데도 버티며 텅 빈 바다를 향해, 남은 힘을 쥐어짜듯 소리쳤다. 그러나 목소리는 이미 찢겨 나간 음처럼 부서져 있었다.
“찾아... 계속 찾아! 항성... 항성을 전부 뒤집어서라도... 반드시... 유리를... 데려와!”
3년 전도 바로 이 바다였다. 궁지에 몰린 적이 목을 미친 듯이 조여 끌고 절벽 끝으로 끌고 가던 곳. 그때 심명준을 살린 건 신유리였다. 신유리는 하얀 번개처럼 뛰어들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서투르고도 처절한 방식으로 납치범의 팔을 악착같이 물어뜯었다. 나쁜 놈이 통증에 힘을 푸는 순간, 어디서 솟았는지 모를 힘으로 신유리는 제 가느다란 등을 있는 힘껏 들이받고, 온몸으로 심명준을 안전한 쪽으로 밀어냈다.
“명준아, 뛰어!”
심명준은 휘청이며 바위에 넘어졌고, 뒤돌아본 마지막 장면은, 반동으로 신유리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뒤로 젖혀지며, 하얀 원피스가 공중에 결연한 궤적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래에서 입을 벌린 먹빛의 깊은 바다가 신유리를 통째로 삼켜 버렸다.
그때 신유리는 마지막으로 심명준을 돌아봤다. 두려움은 없었고 오직 안도와 다행이라는 눈빛만 있었다.
“살아... 살아남아, 심명준!”
심명준은 그 자리에서 뛰어내리려 미친 듯 발버둥 쳤고,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말리는 바람에 목이 터져 피가 날 때까지 소리쳤다. 칼로 찌르는 듯한 그때의 고통은 지금도 생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심명준이 허지연을 선택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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