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그 말에 나는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진슬기의 정교하게 그려진 입술이 열리고 닫히는 걸 싸늘하게 바라봤다. “뭐라고요?” 그녀가 비웃듯 콧소리를 냈다. “이제 지안 씨는 유씨 가문에서 곱게 키운 아가씨가 아니에요. 5년 전에 이미 신문에 인연을 끊고 산다는 기사가 실렸잖아요.” 무언가가 머릿속에서 쾅 하고 터진 듯 찢어질 듯한 두통이 몰려왔다.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진슬기는 내 이상한 기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조롱을 이어갔다. “유씨 가문에서는 이제 아무것도 못 받아요.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연승훈이 주는 것뿐이죠. 그러니까 유지안 씨, 더는 버티지 마세요.” “그 사람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원하는 건 절대 안 줄 거예요. 돈도, 사랑도.” 머릿속은 점점 더 심하게 욱신거렸고, 그녀의 말은 이미 들리지 않았다. 내 안에서 맴도는 건 오직 그 한 문장뿐이었다. ‘5년 전에 이미 유씨 가문과 인연을 끊겠다는 기사가 났다고... 정말... 그런 거야? 왜 주은은 말해 주지 않았지? 왜 고우빈도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거야?’ 고개를 들었을 땐 내 얼굴 위로 눈물이 뒤엉켜 흘러내리고 있었다. 진슬기가 잠시 말을 멈췄고 나는 멀리 대문을 가리켰다. “가세요. 더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진슬기는 물러서지 않았다. “유지안 씨, 제가 알기로 지안 씨는 아직도 승훈이를 사랑하잖아요. 하지만 승훈이는 이제 지안 씨를 사랑하지 않아요. 억지로 이 결혼을 이어가는 건 아무 의미 없어요.” 극심한 두통을 억누르며 나는 차갑게 웃었다. “진슬기 씨, 오해하셨네요. 저도 이제 연승훈을 안 사랑해요. 그리고 이혼은 할 겁니다. 다만 빈손으로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나는 눈물을 훔치고 진슬기를 똑바로 바라봤다. “결혼에서 잘못한 건 연승훈이잖아요. 1,000억을 투자한 건 나지 진슬기 씨가 아니에요. 그런데 왜 아무 잘못 없는 저더러 모든 걸 떠안으라는 거죠?” 내 태도에 진슬기의 표정이 확 굳더니 곧 분노가 번졌고 날 조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