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화
기운이 빠져있는 나를 도주은이 서둘러 달랬다.
“지안아, 그렇게 속상해하지 마. 혈연이란 건 참 묘한 거야. 네가 연승훈 씨랑 이혼하고 네 돈을 다시 찾으면 돼. 그때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네 오빠를 찾아가서 사과하면 분명 널 용서하실 거야.”
그 말에 내 마음속에는 작은 희망이 피어올랐다.
“정말 그렇게 될까?”
“당연하지! 뭐니 뭐니 해도 넌 유씨 가문의 딸이야. 부모님은 연세도 많으시고 오빠한테도 너는 하나뿐인 여동생이잖아. 전에 너한테 화를 낸 건 그냥 욱해서였을 거야. 네가 잘못을 인정하면 다시 받아주실 거고.”
도주은의 말이 조금은 나를 안심시켰다.
사실 어릴 적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오빠는 나를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었다.
‘설마 진짜 나를 버리겠어?’
연승훈과의 관계만 완전히 정리하면 분명 다시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끝내 용서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연을 끊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혈연은 천천히 다시 잇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결혼만큼은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우린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했고 그러다 집사가 나를 찾으러 왔다.
“아가씨, 운전기사가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죠?”
“도련님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오늘 새집을 보여드릴 거라 하십니다.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시라고요.”
“벌써요? 이렇게 빨리?”
“아가씨, 어서 가시죠. 기사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서둘러 정원을 나섰다.
밖에는 고급 마이바흐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에 타고도 조금은 얼떨떨했다.
“아가씨, 도련님께서는 아직 회사에 계십니다. 우선 바닷가 쪽 집부터 가시죠. 마음에 안 드시면 시내 쪽으로 옮기겠습니다.”
“그럼 나머지 한 채는요?”
“세 번째는 그룹 본사 꼭대기 층에 있습니다만 도련님께서 그곳은 시끄럽다고 하셔서 그냥 참고만 하시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수고 많으셨어요.”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아가씨.”
차는 부드럽게 유씨 저택 대문을 빠져나갔다.
그 시각, 테니스장.
운동 티셔츠에 반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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