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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단도직입적인 내 말에 진슬기는 표정 관리를 못했다. 이 여자는 결코 만만치 않다. 연승훈은 진슬기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른다. 아마 연승훈은 진슬기를 야망이 있는 여자로만 생각하겠지만 그는 모를 것이다. 자신 곁에 휘감겨 있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독을 품은 ‘뱀’인지. 그녀가 연승훈의 휴대폰을 몰래 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의 업무 비밀, 회사 계획, 심지어 재정 상태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사실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나는 저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섰다. 곧 진슬기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은 씨, 그리고 지안 씨. 제가 오늘 직접 온 건 제 진심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예요. 우리 예전처럼 지내면 안 될까요? 그리고...” 진슬기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나는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지난번에 하셨던 제안이라면 들을 필요 없어요. 그건 저와 연승훈 사이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였다. “저는 당신과 친구가 된 적이 없으니 화해라는 건 애초에 성립도 안 합니다.” 옆에서 도주은이 속으로 박수라도 치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런데 진슬기는 여전히 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요. 저희 지금 친구가 아니죠. 오히려 예전의 오해와 반감 때문에 서로 적대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숨어 있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말을 이어갔다. “만약 유지안 씨가 정말 승훈이와 이혼하고 싶다면 당당하게 나와서 사람들 앞에서 보여줘야죠. 당신들은 이미 끝난 사이라는걸.”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무슨 말이죠? 도통 이해가 안 가는데요.” 진슬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믿게 만들어야 해요. 당신이 정말 이혼을 원하고 있다는걸. 그래야 승훈이도 정말 끝이라고 받아들일 테니까요.” 그녀는 ‘친절하게’ 묻기까지 했다. “이 방법, 나쁘지 않죠?” 옆에서 지켜보던 도주은이 우리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유지안, 속지 마! 저 여우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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