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화

연승훈이 나를 급히 끌고 나가자 원래 자리에 혼자 남은 도주은은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연승훈이 차를 너무 빨리 모는 바람에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나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 의자 등받이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화가 나서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 “연승훈, 미쳤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연승훈은 음흉한 눈빛으로 앞의 도로를 바라봤다. “해 봐! 네 법적 남편이 널 데리고 나갔다고 경찰에 말해 봐. 과연 누가 신경이나 쓸까?” 가방을 잡으려던 순간 연승훈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는 바람에 머리가 앞 좌석에 강하게 부딪혔다. 강한 어지러움으로 눈앞이 깜깜해진 나는 눈을 뜨려 애썼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이내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기 직전, 휴대폰을 잡으려 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낯선 방에 누워 있었다. 전의 저택보다도 더 허름한 방은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다. “깨어났어?” 방 안에서 들려오는 연승훈의 무거운 목소리에 순간 일어나려 했지만 머리가 어지러워 다시 눕게 되었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연승훈의 얼굴이 내 위로 드리워졌다. 며칠 만에 본 연승훈은 전보다 더욱 초췌해 보였다. 면도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머리도 정돈되지 않은 채 많이 자라 있었다. 나는 머리를 감싸며 힘없이 말했다. “대체 여기가 어디야?” 연승훈이 커튼을 열자 밖의 빛이 안으로 들어왔다. “휴가용으로 산 교외에 있는 집이야. 아직 리모델링 중이지.” 나는 간신히 일어나 침대 머리맡에 기대었고 연승훈은 창가에 서서 밖의 풍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아직 완공되지 않은 집이었다. 가구가 새것 같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이전 주인이 남긴 것 같았다. 바깥 경치를 보던 연승훈은 돌아서서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왠지 분노가 일었지만 어쩔 수 없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물 마시고 싶어.” 연승훈이 말없이 생수 한 병을 내게 건넸다. 나는 생수 뚜껑을 열려고 애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