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내가 때릴 줄 몰랐던 연승훈은 얼굴을 감싸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비웃으며 말했다. “무슨 얘기를 하자는 거야? 내가 진슬기랑 월수금으로 나눠서 너를 섬기는 스케줄이라도 짜자는 거야? 아니면 5년 전에 너에게 준 100억 중에서 몇천만 원쯤 돌려주겠다는 거야? 연승훈, 난 너랑 할 말이 없어. 그리고 너랑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 연승훈을 밀치고 밖으로 뛰쳐나가려 했지만 굵직한 팔로 내 허리를 꽉 잡은 연승훈은 이내 위로 들어 올렸다. 깜짝 놀란 나는 비명을 질렀다. “이거 놔!” 연승훈은 아무 말 없이 나를 강제로 방 안으로 끌고 들어간 뒤 문을 잠갔다. 그러고는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나를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 매트리스의 탄력으로 나는 하마터면 벌떡 일어날 뻔했다.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 쥐고 침대에서 기어 내리려는 순간 호랑이 같은 남자의 그림자가 내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입이 막혀 비명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몸 위의 무게 때문에 숨을 쉴 수 없었다. 이내 뜨거운 입술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귓가에 연승훈의 낮고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린 이혼하지 않을 거야! 지안아, 우리 아이를 가지자. 아이만 있으면 모든 게 나아질 거야...” 연승훈에게 억눌린 채, 그의 손이 내 옷을 뜯으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공포스러운 마음에 나는 온몸이 떨렸다. “놔줘... 제발...” 혼란스러운 머릿속, 몸속 깊이 묻어뒀던 공포가 서서히 깨어나는 것 같았다. 연승훈은 내 애원을 전혀 듣지 않은 채 거칠게 내 입술을 탐하며 말했다. “유지안, 연기 좀 그만해. 평소엔 날 유혹하지 못해 안달이더니, 지금 왜 갑자기 순정녀 행세야?” 그 말에 나는 미친 듯이 연승훈을 걷어찼다. “그럼 당장 꺼져! 연승훈, 이 개자식!” 하지만 내 울부짖음과 욕설을 연승훈은 전혀 듣지 못한 듯 그는 오로지 내 얇은 옷을 뜯는 데만 집중했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처럼 절망감이 거침없이 밀려왔다. 갑자기 어디서 힘이 솟아난 걸까, 연승훈이 자기 옷을 벗기 시작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