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연회장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연승훈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고 진슬기의 표정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내가 고우빈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자 고우빈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할 말은 다 했으니, 이제 자리로 돌아갑시다.”
그러고는 나를 데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연승훈과 진슬기는 한동안 제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완전히 면박을 당한 연승훈은 그냥 돌아서 나갈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자리에는 도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상계의 거물들이 모여 있었다. 만약 연승훈이 이때 나가버린다면 연승훈에 대한 모두의 평가가 달라질 것이다.
얼굴을 찌푸린 연승훈은 결국 진슬기를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
나를 바라보는 진슬기의 시선이 매우 복잡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질투, 원망, 그리고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나는 일부러 그들의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내리깔았다.
고우빈이 왜 특별히 나를 이곳에 데려왔는지, 또 왜 연승훈과 마주치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번 공식적인 조우에서 연승훈이 처참하게 패배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자 웨이터의 설명과 함께 분위기가 점차 활기를 띠었다.
한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모두 오랜 경험을 가진 노련한 인물들이라 아까의 어색한 분위기도 몇 마디 말로 쉽게 넘어갔다.
대화 주제는 국내외 핫이슈부터 지역의 기이한 일화까지 모두들 웃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나는 내 앞에 놓인 음식을 먹으며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었다.
갑자기 진슬기가 일어섰다.
“오신 여러 회장님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제가 먼저 여러분께 건배 인사 올리겠습니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분위기가 다시 싸해지자 진슬기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술잔을 든 손도 살짝 떨렸다.
연승훈이 진슬기에게 귀띔했다.
“여기 오신 분들 모두 어르신들이시니,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인사해야 해.”
그제야 급히 자리에서 일어난 진슬기는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술을 권했다.
옆에 앉은 장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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