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화

연승훈이 냉소를 흘렸다. “너는 전부터 항상 슬기를 질투해 왔어. 거짓 소문을 퍼뜨리고 협박까지 하면서 수많은 나쁜 짓을 했지. 오늘도 늘 하던 대로 했겠지.” 나는 어이가 없어 종업원에게 말했다. “CCTV 확인해 보세요. 영상 보면 진실이 뭔지 다들 알겠죠.” 이 말에 연승훈의 얼굴색이 변했고 진슬기는 더욱 불안해 보였다. 진슬기는 즉시 연승훈의 품으로 달려갔다. “승훈아, 그냥 넘어가자. 별로 큰 상처도 아니고 유지안 씨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그냥 손이 미끄러져서 실수로 내 팔을 다쳤을 뿐이야.” 진슬기가 나를 바라보았다. “유지안 씨, 그렇죠?”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든 아니든 내 말로 결정되는 건 아니잖아요. 어차피 연 대표는 진실도 확인하지 않고 내가 그랬다고 단정했으니까.” 진슬기는 다시 연승훈에게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승훈아, 오늘 중요한 분들이 다 모인 자리야. 이건 별일 아니야. 내가 부주의했을 뿐, 유지안 씨와는 상관없어.” 연승훈이 망설이자 나는 손을 저었다. “더 말할 필요 없어요, CCTV 확인합시다. 진슬기 씨가 저 때문에 다쳤다면 사과할게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떡할까요?” 내가 도발적인 눈빛으로 연승훈을 바라보자 연승훈의 안색이 매우 나빠졌다. “네가 아니면... 그냥 넘어갈게.” 나는 냉소를 지었다. “그냥 넘어가자고? 연 대표, 사람이 그렇게 이중적이면 안 되지. 내가 왜 이따위 큰 누명을 뒤집어써야 하는데?” 할 말을 잃은 연승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유지안, 또 무슨 꿍꿍이 속셈인 거야?” 잠시 멈칫한 연승훈은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냉소를 지었다. “알겠다. 지금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거지?” 연승훈과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을 어루만져 보았다. 다행히 그 둔탁한 아픔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연 대표, 만약 진슬기 씨가 혼자 다친 거라면 지안에게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요?” 고우빈이 장명호랑 구혁재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의 시선에 더 이상 버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