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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뜨거운 밤

아래층으로 내려간 서아린은 산책하고 들어온 최순옥과 마주쳤다. “할머니, 좋은 아침이에요.” 그녀는 갈라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최순옥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었다. “어젯밤에 아주 힘들었지? 오늘은 일찍 돌아와서 쉬거라.” 최순옥이 아침에 올라가 보았을 때 방문은 잠겨 있었다. 두 사람은 약이 들어간 국을 마시고 온밤 내내 같이 있었다. 최순옥은 얼굴이 창백한 서아린을 보고 뜨거운 밤을 보냈을 거라고 확신했다. “알겠어요. 할머니, 저 다녀올게요.” 서아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린아, 요즘 청암사에 있을 예정이니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거라.” 발걸음을 멈춘 서아린은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 저 때문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청암사는 공기가 좋아서 마음이 편안해진단다. 그곳에서 수행하다 보면 백 살까지 살지도 모르잖아.” 그 말에 서아린은 피식 웃었다. “할머니는 참 좋은 사람이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실 거예요.” 얘기를 나눈 후, 서아린은 곧바로 서강 그룹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렸을 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서연오와 눈이 마주쳤다. 서연오는 몸 뒤에 숨기고 있던 꽃다발을 들이밀면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아린아, 회사에 돌아온 걸 환영해.” 서아린은 꽃다발을 품에 안고 냄새를 맡았다. 옅은 꽃향기가 코끝에 맴돌았고 온몸이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서연오는 그녀에게 제일 먼저 사무실을 보여주었다. 어제 영상 통화할 때 보았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오빠, 정말 고마워.” 서연오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목소리가 왜 이래? 혹시 감기에 걸렸어?” 그는 조금 전에 서아린을 만났을 때부터 낯빛이 어둡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저 잠을 설쳐서 그런 줄 알았지만 콧물을 흘리고 기침하는 걸 보니 감기에 걸린 것이 틀림없었다. 서아린은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어젯밤에 찬물로 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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