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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가만두지 않을 거야

“어머님!” “사돈집에서 우리 며느리 20년 넘게 키워준 건 둘째치고, 그때 서씨 가문이 없었으면 주원 그룹도 지금 여기까지 못 왔을 거야.” 최순옥이 서아린을 감싸 안으며 사람은 본분을 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금 딸을 우리 집에 시집 보낸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 민우가 남편으로서 장인어른을 도와주는 게 뭐가 잘못이야? 아린이가 원한다면 집안 재산 탈탈 털어서라도 줘야지.” 현재 주씨 가문에서 여전히 최순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진선희는 불만이 있어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못했다. “어머님, 유라도 우리 집안 며느리예요. 지금은 후손까지 품고 있는데 재산을 나누더라도 배 속의 아이 몫까지 챙겨줘야 하지 않겠어요?” 최순옥은 못 들은 척 고개를 돌려 서아린을 바라보았다. “너도 민우랑 좀 더 노력해서 이번 달 안에 임신해봐. 올해 떡두꺼비 같은 증손자 하나 낳아줘. 그 애가 크면 주씨 가문 맡겨서 잘 이끌게 할 거야. 민우랑 너 사이에서 태어날 애는 분명히 제일 똑똑할 테니까.” 서아린은 속으로 씁쓸함이 밀려왔다. 주민우는 매달 그녀와 한 번만 관계를 하며 끝나고는 피임약을 먹여서 임신을 원해도 불가능했다. 이혼까지 결심한 지금은 더더욱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다. 심유라는 최순옥이 자신을 싫어하고 항상 서아린의 편만 들어주는 걸 알고 있었다. 평소에는 앞에서 찍소리도 못했지만 서아린의 아이에게 재산을 물려준다고 하자 괜스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주민우를 힘껏 꼬집으며 불만을 표했다. 주민우가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모든 건 너랑 아이 거야. 아무도 빼앗을 수 없어.” 이 말을 듣고 나서야 심유라는 한시름 놓았다. 어차피 최순옥도 나이가 많아서 오래 살지는 못한다. 그때가 되면 집안은 여전히 민우와 진선희가 주도할 것이다. 지금 서아린에게 재산을 물려준다고 해도 최순옥이 죽고 나면 땡전 한 푼 차려질지는 미지수였다. 심유라는 그제야 걱정을 덜었다. 시어머니와 주민우가 뒤를 봐주는 이상 서아린이 아무리 최순옥의 사랑을 받는다 해도 무슨 소용이겠는가. 결국 그녀의 발아래에 있는 건 변함이 없을 텐데. 진선희가 심유라를 대신해 목소리를 냈다. “어머님, 편애가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유라가 먼저 아들을 가졌잖아요. 게다가 항렬도 서아린보다 위인데 재산을 다 넘긴다는 건 말이 안 되죠.” 최순옥이 콧방귀를 뀌었다. “아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 진선희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럼요.” 최순옥의 싸늘한 시선이 심유라를 향했다. 속셈이 많은 데다가 출신도 그리 깨끗하지 않고 지금은 임신했다고 해서 어찌나 골치 아프게 구는지, 주씨 가문 안주인으로서는 꽝이다. 하지만 서아린은 달랐다. 어려서부터 자라온 모습을 지켜본 아이였기에 그녀의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됐다,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최순옥은 더는 대화를 이어가기 싫은 듯 말을 끊었다. 이내 심유라의 손을 잡은 주민우를 힐긋 쳐다보며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민우야, 이제 네 아내가 누군지도 구별 못 하겠어? 얼른 아린이 곁으로 와.” 최순옥이 서아린을 위해 기회를 만들어주는 걸 어찌 모르겠는가. 심유라도 당연히 눈치챘다. 주민우의 손이 점점 느슨해지는 걸 느끼자 갑자기 배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 “왜 그래요?” 주민우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심유라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배가 너무 아파요...” 진선희도 급히 끼어들었다. “아침에 밥도 못 먹고 기분까지 상해서 아이한테 영향이 갔나 봐. 민우야, 얼른 네 형수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받아.” 말을 마치고는 서아린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마치 그녀가 아이를 해친 원수인 마냥. 주민우는 심유라를 번쩍 안아 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바로 병원에 갑시다.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그러고는 서아린을 어깨로 밀치고 허둥지둥 현관을 향해 달려갔다. 한편, 중심을 잃은 서아린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꼬리뼈를 부딪힌 나머지 아파서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진선희도 그녀가 다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얼른 뒤따라갔다.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서아린을 향해 싸늘하게 경고했다. “어머님 앞에서 가식 떨지 마. 유라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널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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