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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변한 것 같아

아직 점심도 되지 않았는데 아래층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서아린은 거실의 통유리창 앞으로 다가가 밖을 내다봤다. 익숙한 검은색 마이바흐가 지하 주차장으로 유유히 들어갔다. 심유라가 별문제 없는 건 사실인 듯했다. 매번 산부인과 검사하러 갈 때마다 종일 걸리곤 했는데, 오늘은 반나절도 안 되어 금세 돌아왔다. 잠시 후, 아래층에서 진선희가 도우미 장신주에게 말했다. “아줌마, 내가 보관해 둔 영지버섯 꺼내서 국 끓여줘. 우리 큰 며느리가 고생해서 몸 보신 제대로 해야 하니까.” 서아린은 친정에 가보기로 했다. 계단을 내려가려던 찰나, 진선희가 심유라를 지극정성으로 케어하는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장신주는 그 말을 듣고 즉시 영지버섯을 가져왔다. 이는 주민우의 아버지가 우연히 얻은 보물이었고, 진선희는 차마 먹기 아까워 계속 보관만 해두었다. 그런데 이제 심유라를 위해서 선뜻 내놓을 줄이야. 심유라는 고개를 들어 서아린을 바라보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말씀이 맞아요. 아린이 예전보다 좀 마른 것 같아요. 어머님, 아주머니한테 국 많이 끓여서 아린한테도 나눠주라고 해요.” 진선희는 안색이 돌변하더니 냉소를 지었다. “삼 년 내내 임신도 못 한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먹어? 이 좋은 영지버섯을 낭비할 순 없지.” 서아린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형님 혼자 많이 드세요. 이런 몸뚱어리 따위 먹을 자격이 없죠.” 손발이 척척 맞는 두 여자가 꼴사나운 나머지 서아린은 뒤돌아서 자리를 떠났다. 주민우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어디 나가려고?” “응.” 서아린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주민우는 그녀를 힐긋 쳐다보았다. “일찍 들어와, 할 말 있으니까.” 물론 무슨 얘기인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매달 15일에 치르는 ‘거사’를 제외하면 업무적인 만남이 대부분이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최근의 세븐힐 리조트 프로젝트와 관련된 일일 것이다. 주씨 가문은 건설업으로 시작해 몇 년 전까지는 아주 잘나가며 국내 건설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물론 서아린의 도움 덕분에 서서히 다른 산업으로도 확장을 시작했다. 하지만 근래 경제가 점점 나빠지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 주씨 가문에게 큰 타격은 없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었다. 세븐힐 리조트는 거액의 자금이 투입될 뿐만 아니라 지역 정부와 협력하는 프로젝트라 모든 건설 회사의 경쟁 목표였다. 서아린은 급하게 집을 나서며 무심하게 말했다. “나중에 얘기해. 그렇게 일찍 못 와.” 이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별장을 떠났다. 주민우는 서아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예전과 달라진 것 같았다. 그를 만날 때마다 보였던 열정은 사라졌고, 말투도 어딘가 날카로워졌다. 그래서 괜스레 불안했다. 심유라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서아린 변한 것 같은데?” “아니야.” 주민우는 지나친 걱정이라고 생각하며, 진선희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틈을 타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서아린은 워낙 얌전하고 착해. 갑자기 태도가 변한 거 보니 기념일 챙겨주지 않아서 삐졌나 봐.” 심유라가 발끈했다. “그래서 서아린 달래주려고 꽃까지 선물한 거야?” 주민우가 설명했다. “어젯밤엔 안 했어. 만약 내버려 뒀다가 나중에 할머니한테 고자질이라도 하면 어차피 달래줘야 해.” 비록 공짜 선물이지만 심유라는 그래도 질투심을 느꼈다. “앞으로 꽃 주지 마.” “알았어, 너한테만 줄게.” 주민우는 그녀를 부축해서 2층으로 올라가며 행여나 하는 마음에 신신당부했다. “요즘 서아린 기분 안 좋으니까 자극하지 마. 업무 능력이 뛰어난 건 사실이야. 세븐힐 리조트 프로젝트도 아직 서아린 도움이 필요해. 괜히 화나게 했다가 일이 꼬일 수도 있어.” 차 키를 놓고 간 서아린이 가지러 들어왔다가 바로 그 말을 듣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침에 난데없이 꽃을 선물한 이유가 나중에 보복 삼아 다시 관계를 하자고 할까 봐 걱정한 거였다니? 서아린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얼마나 멍청했으면 주민우와 잠자리에 들기를 기대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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