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화 그런 남자랑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서연오 역시 서아린이 제 앞을 가로막으며 술잔을 가로챌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기색이었다.
급하게 들이킨 탓에 발그레한 뺨 위로 붉은 기운이 겹겹이 번져갔다. 서연오는 못 말린다는 듯 서아린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
“누가 누구보고 술이 약하대? 저번에 술집에서 너 둘러메고 나온 게 나였다는 걸 벌써 잊은 모양이지.”
두 사람이 나누는 스스럼없는 몸짓에 사람들의 시선이 얽히며 묘한 정적이 흘렀다. 육시현은 의구심 가득한 눈길로 제 아버지에게 나직이 속삭였다.
“아빠, 저 둘은 대체 무슨 사이예요?”
처음 서연오를 보았을 때부터 육시현은 그가 예사로운 인물이 아님을 직감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어도 단연 돋보이는 준수한 외모는 물론이고 탄탄한 체격에서 배어 나오는 묵직한 존재감과 몸짓 하나하나에 깃든 생동감이 시선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육지환과도 사이가 각별해 보이는 데다 같은 식탁에 자리까지 마련된 것을 보며 육시현은 은근슬쩍 말을 붙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너무 노골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체면이 깎이는 일이라 생각하여 곁에 있는 동행을 통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고작 술 한 잔을 권한 일에 서아린이 저토록 예민하게 반응하고 서연오 또한 금방이라도 그녀를 품에 끼고 달랠 듯 애틋하게 구는 모습에 내심 당혹스러웠다.
육정호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저쪽 서아린 씨는 서씨 가문의 따님이고 그 옆의 남자는 서씨 가문에서 거둔 양자 서연오다. 따지고 보면 남매지.”
“양자일 뿐이라고요?”
육시현의 눈빛에 금세 비릿한 웃음이 스쳤다.
어디 이름난 집안의 귀한 자제라도 되는 줄 알고 공을 들였건만 알고 보니 그저 남의 집에 얹혀사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다.
육시현은 다시금 두 사람을 훔쳐보았다.
서아린을 바라보는 서연오의 눈빛은 지나치게 다정했고 둘 사이의 밀어는 남매라기보다는 연인들의 사랑싸움에 가까워 보였다.
도저히 그들을 남매라는 틀 안에 가두기가 어려웠다.
남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한 채 서아린은 곁에 앉은 명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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