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1화

차건우의 차는 놀랍게도 하지민의 별장 문 앞에 멈춰있었다. 서아라는 순간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서아라는 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조심스레 문 앞으로 다가갔다. 별장의 문은 꼭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마치 누군가를 일부러 기다리고 있는 듯 애매하게 열려 있었다. 서아라가 조심스레 문 앞에 다가섰을 때, 안쪽에서 떨리는 하지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건우야, 네가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었다면... 그럼 넌, 단 한 순간이라도 날 좋아한 적 있어? 단 1초라도?” 서아라는 순간 몸이 굳어버렸지만 무의식적으로 귀를 기울였다. 길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들려온 것은 낮고 차갑게 가라앉은 남자의 목소리였다. “없어. 난 단 한 번도 널 좋아한 적 없어.” 차건우의 대답을 들은 하지민의 감정이 더욱 격해진 듯, 목소리마저 떨렸다. “그러면 지금까지 네가 내게 보여준 모든 다정함은 전부 이용이었던 거야?” “지민아.” 차건우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낮고 서늘했다. 감정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네가 내 곁에 온 것도 결국은 목적 때문이 아니야?” “하지만 난... 난 결국 정말로 널 사랑하게 됐어! 넌 늘 경계하듯 나를 지켜봤잖아. 그럼 네가 알았을 거 아냐. 내가 박씨 가문에 네 진짜 소식을 전한 지가 얼마나 오래됐는지!” 서아라는 눈썹이 움찔거렸다. 서아라가 들었던 이야기는 달랐다. 하지민은 전화를 걸어와 차건우의 출생에 대한 비밀을 알려주었다. 서아라는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아는 사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뜻밖에도 하지민은... 처음부터 차건우에게 의도적으로 다가갔던 것이다. 박씨 가문에 정보를 흘리기 위한 목적으로. “건우야, 그럼 넌 언제부터 내 정체를 알았던 거야?” 잠시의 정적 후, 차건우의 차분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듯 울려 퍼졌다. “이제 와서 말해 뭐 하겠어.” 차건우의 냉담함은 오히려 하지민의 분노를 자극했다. “날 더는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제 곧 버릴 거잖아. 그래, 버리기 전에... 딱 하나만 대답해!” 긴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