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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서아라는 담담히 차건우를 바라봤다. “내가 안 바꾸면 어쩔 건데?” 각진 잘생긴 얼굴이 천천히 가까워졌다.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서 울렸다. “한번 해 볼래?” 서아라의 가슴속에 서늘함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눈앞의 남자를 바라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건우의 손이 은근히 그녀의 뺨을 쓸었다. 서아라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서 그의 손을 피하려 하자, 그는 오히려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겨 몸을 굽히며 입술을 겹쳤다. 그가 그녀에게 입을 맞춘 지는 꽤 오래였다. 익숙한 달콤한 숨결에 그도 잠깐 취했다, 멈추기 어려울 만큼... 서아라는 눈을 크게 떴다. 막 물어버리려는 순간 낮게 내리깔린 그의 협박이 들렸다. “또 물면 여기서 바로 덮칠 거야.” 서아라는 잔뜩 굳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는 충분히 키스하고서야 놓아줬다. 차건우가 그녀의 부어오른 입술을 가볍게 만졌다. “됐어. 이제 가서 갈아입어. 그리고...” 그의 시선이 그녀의 목덜미에 내려가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깃 높은 옷으로 갈아입는 거, 잊지 마.” 말을 끝내고 차건우는 떠났다. 서아라는 탈의실로 돌아갔다. 거울 속 자신을 보니 목과 쇄골에 선명한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서아라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결국 그녀는 얇은 소재의 긴팔 긴바지 한 벌을 골라 갈아입었다. 이제의 차건우는 예전처럼 보통의 기준으로 볼 수 없었다. 가면이 벗겨진 뒤의 그는 더는 그녀를 개의치 않는 듯 서서히 본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냉혹함, 잔인함, 그리고 비정상적인 통제욕.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어쩌다 이렇게 마음이 깊고 이기적이며 냉혈한 남자를 만나 버렸을까. 비행기에서 내리자 눈 부신 햇살이 그녀의 몸을 덮쳤다. 주위 기온은 예상대로 유난히 뜨거웠다. 그래도 이곳의 공기는 정말 맑았다. 마음까지 트이는 기분이었다. 답답하던 서아라의 마음도 한결 누그러졌다. 이곳을 돌아다녀 보는 건 확실히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차서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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