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화
차건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걸음을 멈췄다.
천아연은 옆 돌계단에 털썩 앉아 길게 기지개를 켰다. 공주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우아하고 얌전한 기색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턱을 두 손으로 괴고 있는 천아연의 얼굴에 장난기가 어렸다.
“정말이지, 이렇게 쉽게 자유가 올 줄은 몰랐어요.”
곁에 잠자코 서 있던 차건우는 당연하게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천아연은 그가 대답할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괘념치 않고 말을 이었다.
“여기에 얼마나 많이 왔는지 모르겠지만 풍경이 이렇게 아름답다고 느낀 건 처음이네요.”
예전 같았으면 문을 나서기가 무섭게 경호원과 하인들이 우르르 따라붙었을 것이다. 혹시나 넘어질까, 혹시나 부딪힐까, 걱정하며 그녀가 무슨 행동이라도 할라치면 긴장하기 일쑤였다. 그녀를 유리그릇 다루듯이 취급할 뿐이었다.
외출할 때마다 그러니 제대로 놀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늘처럼 뒤에 아무도 따라붙지 않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주의 사항을 되풀이하지 않는 외출은 처음이었다.
곁의 이 남자는 너무나 과묵해서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이것저것 늘어놓는 수행원들보다는 훨씬 인상이 좋았다.
천아연이 고개를 돌려 옆의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차건우는 188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잘 빠진 몸매를 지녔다. 요즘 제일 잘나가는 남자 톱모델 수준의 황금 비율이었다. 몸매만으로도 많은 여자를 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아연 또한 키가 170센티미터나 되었지만 차건우 옆에서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녀는 위아래로 차건우를 훑어보았다.
확실히 보기 드문 미남이었다. 그녀가 살면서 보아온 남자 중에 그보다 잘생긴 남자는 없을 거라 감히 장담할 수 있었다.
지금 같은 재력이 없다 해도 잘생긴 얼굴 하나로 수많은 여자가 앞다투어 달려들 것이다. 쉽게 마음을 빼앗길 만한 남자인 건 확실했다. 다만 아쉬운 건 그가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이었다.
“저기요.”
천아연이 불쑥 입을 열었다.
“건우 씨는 아내를 많이 사랑하세요?”
차건우가 고개를 돌렸다. 칠흑같이 깊은 눈동자는 바닥을 알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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