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0화
석양이 기울 무렵, 서아라는 혼자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근처 정원을 산책할지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밖에서 들어오는 한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서아라는 순간 자신이 아직 낮잠에서 덜 깬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았다. 임우현과 정자에 머문 시간은 오래되지 않았고 점심 무렵 자리를 떠나서 곧장 방으로 돌아왔었다. 오후에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 다시 씻고 나니 이미 저녁 시간이 다 되어 있었다.
그런데 눈앞으로 다가오는 건 차건우였다.
“왜 벌써 돌아왔어?”
서아라는 의문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그 말에는 그 어떤 다른 의미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동안 차건우가 이렇게 일찍 돌아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뜻밖의 모습은 그녀를 매우 놀라게 했다.
차건우는 서아라 앞에 멈춰 서서 눈을 낮췄다. 어느덧 하늘은 어둑해지고 있었고 그의 크고 긴 그림자가 저녁 햇빛을 가리며 드리웠다. 빛이 가려진 차건우의 얼굴은 더욱 어둡고 차갑게 보였고 표정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저녁은 먹었어?”
차건우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담담했다.
서아라는 떠오른 뉴스 속 사진과 기사들을 생각하며 놀란 표정을 금세 차갑게 바꿨다.
“응. 먹었어.”
“나는 아직 못 먹었으니 같이 가자.”
서아라는 미간을 좁혔다. 그녀는 차건우의 이런 일방적인 태도가 늘 불만스러웠다.
“난 이미 먹었어. 먹고 싶으면 혼자 가. 난 산책할 거니까.”
“내가 밥 먹을 때 같이 있어 줘. 그러면 내가 산책 같이 해줄게.”
“필요 없어. 혼자 걷는 게 좋아.”
차건우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아라는 그 침묵에 답답함을 느끼며 그를 지나쳐 걸어가려 했다. 그러나 손목이 단단히 붙잡혔고 머리 위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내려왔다.
“그렇게 산책이 급하다면 먼저 같이 걷자. 대신 돌아와서는 같이 밥을 먹어줘.”
또다시 당연한 듯 밀어붙이는 차건우의 말투였고 서아라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분명히 말했어. 나는 너와 함께 걷고 싶지도 않고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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