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0화
하늘에서 내리는 가랑비를 보며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서아라는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비가 많이 쏟아지자 그제야 일어나서 창문을 닫았다.
...
차건우는 매일 밤 10시가 조금 넘으며 돌아오곤 했다. 서아라는 그 시간에 대부분은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상대하고 싶지 않아 잠든 척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자신을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이유 또한 잘 알고 있었다.
T국을 완전히 떠나지 않는 한 그들의 관계는 점점 더 냉랭해질 것이고 그는 그녀를 탓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 생각을 하던 차건우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비가 온 후의 날씨는 매우 좋았고 공기도 신선하고 온도는 적당했다.
차건우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서아라는 계속 방에서 책만 읽고 있었다. 갑자기 맑고 푸른 하늘을 보고 서아라는 나가서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며칠 동안 그녀는 줄곧 방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주변 경치가 일품이긴 하지만 서아라는 전혀 보고 싶지 않았다.
문득 고대에 궁에서 살던 후궁들이 떠올랐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지만 하루 종일 임금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던 여인들...
그녀한테 그런 삶을 살라고 한다면 아마 우울증 때문에 미쳐버렸을 것이다. 언젠가는 임금을 암살하고 궁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답답하게 지낸 탓인지 날씨가 좋은 걸 보고 서아라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궁전 근처의 정원은 산책하기가 지루해서 아예 더 먼 정원으로 향했다.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선 숲에서 서아라는 오솔길을 걸으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했다. 그 순간, 마음의 그늘도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이렇게 골치 아픈 일들이 없었더라면 서아라는 경치를 충분히 즐겼을 것이다.
다만...
하늘에서 갑자기 둔탁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빗방울이 얼굴에 떨어진 순간, 서아라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또 비가 오는 거야?’
모처럼 흥이 나서 구경하러 나왔는데 결국 비를 맞게 될 줄이야.
T국의 날씨는 변화가 빨랐고 비가 급하게 내리다가도 이내 급히 끊기곤 했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