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1화
차건우의 숨결이 천천히 다가왔다.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한 유혹과 애정이 섞여 있었다.
“아라야, 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
서아라가 뭐라고 말하려던 찰나 누군가 병실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여자의 가냘프고 요염한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서아라 씨, 저 들어갈게요.”
천아연이 한 다발의 활짝 핀 백합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
서아라와 차건우가 가까이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차분함을 되찾았다.
“...내가 방해한 건 아니죠?”
나지막이 말을 꺼낸 천아연은 꼭 잘못을 저지른 아이 같았다.
서아라는 차갑게 웃으며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
“알았으면 가지, 아직도 거기 서서 뭐 해요?”
천아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무의식적으로 차건우를 향해 도움을 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서아라의 말에는 가벼운 조롱이 섞여 있었다.
“천아연 씨, 지금 어디 보시는 거예요?”
천아연은 급히 시선을 거두고 불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아라 씨, 내가 그쪽 보러 오는 것도 안 되나요?”
서아라는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날 보러 온 건지, 이 남자를 보러 온 건지 우리 둘 다 너무 잘 아는데 왜 연기를 해요?”
고개를 돌린 서아라가 상당히 성가신 표정으로 차건우를 바라보았다.
“차건우, 내가 분명히 말했잖아. 저 사람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고. 대체 무슨 의도로 또 저 여자를 들여보내서 날 역겹게 해? 그렇게 미련이 남았으면 그냥 말해. 내가 매달리면서 안 놓아줄까 봐 그래?”
천아연은 서아라가 늘 자신을 무례하게 대하며 말도 직설적으로 하고 그 흔한 가식조차 떨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오늘처럼 조금의 물러설 여지도 주지 않고 매섭게 쏘아붙인 적은 없었다.
당황한 채 자리에 서 있는 천아연의 작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난감한 표정이 떠올라 보는 사람의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서아라의 입가에 비웃음이 스치더니 홱 이불을 걷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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