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서아라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이렇게 오랫동안 차건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두 사람 사이엔 이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가 옷을 입지 않은 모습을 못 본 건 아니지만 대부분 어두운 밤에 벌어진 일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낮이었고 상황은 전혀 달랐다.
그 탓인지 서아라는 꽤 큰 충격을 받았고 설명하기 어려운 어색함까지 밀려들었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미안해. 이미 출근한 줄 알았어. 노크도 안 하고 그냥 들어왔네. 바로 나갈게.”
차건우는 침착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당황한 서아라의 얼굴을 고요하게 담아내고 있었다.
요즘 그녀가 보였던 반항적인 태도와 날 선 말투가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의 서아라는 한껏 당황해 있었고 차건우는 왠지 그런 모습이 귀엽게 느껴졌다.
어젯밤의 불쾌한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는 머리를 닦던 수건을 대충 한쪽으로 던지더니 서아라에게 한 걸음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서아라는 숨을 죽인 채 한 걸음, 또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등이 차가운 벽에 닿고 나서야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차건우는 어느새 그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막 샤워를 마쳐서인지 원래도 하얗던 그의 피부는 더욱 창백하게 빛났고 무표정한 얼굴은 여전히 단정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짙고도 깊은 심연처럼 어두웠다.
서아라는 본능적으로 이 낯선 분위기를 깨트리고 싶어 입을 열었다.
“너... 나한테 할 말 있어?”
차건우는 앞에 서서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질문, 내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바짝 다가온 얼굴에서 숨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서아라는 그의 긴 속눈썹까지 셀 수 있을 것 같았다.
숨이 턱 막히는 듯했고 얼굴은 점점 달아올랐다.
샤워 후 은은한 향이 공기 중에 퍼져 그녀의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그저 멍하니 차건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검은 눈동자는 마치 영혼을 빨아들이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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