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화
서아라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차건우의 말을 외면했다.
차건우 역시 말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켰다.
대진 그룹 앞에 도착하자 서아라는 차건우를 향해 짧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자리를 떴다.
...
사무실에 도착한 서아라는 정윤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엄마가 S시에 오신 거 알고 있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정윤혁의 목소리는 낮고 온화했다.
“나도 어제 들었어. 엄마가 네가 혼자 지내는 게 마음에 걸리셨대. 혹시 힘든 일 있을까 봐 꼭 너를 보고 가시겠다고 하셨어.”
서아라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오빠, 나랑 차건우가 곧 이혼할 거라는 거, 엄마한테 말씀드려야 할까?”
“이미 마음을 정했다면 이혼을 마무리한 다음에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서아라는 곧바로 그 의미를 짐작했다.
“오빠 말은 내가 지금 이혼하겠다고 하면 부모님이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정윤혁은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부모님은 널 이해 못 하실 분들이 아니야. 다만 네가 이혼을 결심했다고 하면 분명 이유를 물으실 거야. 단순히 성격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는 설득이 어려울걸? 네 잘못이라면 부모님은 결혼을 너무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하실 테고 차건우의 잘못이라면 그땐 오히려 너보다 더 화내실 수도 있어.”
정윤혁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리고 건우가 쉽게 동의할지도 지켜봐야 해. 그 사람, 단순한 사람이 절대 아니야. 진심으로 부딪히게 되면 네가 이기기 어려울 수도 있어.”
그 말을 들은 서아라는 아침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차건우가 마치 일부러 자신을 유혹하려 했던 그 순간이 다시 떠올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답답함이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곧 화제를 돌렸다.
“오빠는 엄마 보러 안 올 거야?”
“통화는 했어. 엄마가 혹시라도 너희 부부가 불편해할까 봐 당분간 직접 만나진 않겠다고 하셨어. 건우가 네 신분을 아직 모르는 것도 신경 쓰이신대.”
정윤혁은 본가에 머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