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서윤정은 서아라를 바라보며 솔직히 털어놓았다.
“차건우를 데려온 건 사실 건우를 한번 시험해 보고 싶어서였어. 너는 어릴 때부터 늘 강한 아이였어. 힘든 일이 있어도 가족에게는 좀처럼 털어놓지 않았지. 그래서 엄마는 너희 사이가 생각보다 좋지 않은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단다.”
잠시 말을 멈춘 서윤정은 이내 다시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고서준은 참 좋은 아이야. 몇 년째 여자 친구도 없다고 들었어. 부모님이 결혼하라고 재촉해도 아직도 네가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 같더라. 만약 건우가 너한테 진심이라면 오히려 더 늦기 전에 서준이의 마음을 정리해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
서아라는 말문이 막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난번 고서준과의 만남이 떠올랐다. 그가 건넸던 말들 속엔 아직도 자신에 대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게 분명히 느껴졌다.
고서준은 정말 좋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아라에게 그는 언제나 ‘오빠’ 같은 존재였고 그 감정은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차건우와 결혼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설령 앞으로 차건우와 이혼하게 된다 하더라도 고서준과 함께할 수는 없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그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를 위한 일이라 생각했다.
...
고서준이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려는 순간, 그의 바로 뒤에 서 있는 차건우를 발견하고는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조금 전까지 서아라와 서윤정 앞에서 보여주던 온화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었다.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차건우 씨, 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차건우는 담담한 미소를 머금은 채 답했다.
“엄마가 지난번에 고서준 씨가 계산하신 걸 아시고 미안해하시며 이번엔 제가 결제하라고 하셔서요.”
그 말의 의도를 곧바로 알아챈 고서준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받아쳤다.
“차건우 씨, 지금 하신 말씀 들으니 좀 우습네요.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연극은 결국 연극일 뿐입니다. 진짜가 아니잖아요. 어머님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저까지 속이시려는 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