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새벽 두 시, 한성 그룹 대표실.
한서준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마지막 서류에 서명을 하고 책상 위에 툭 던졌다.
커다란 통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 환한 빛은 마음속까지 단 한 줄기도 스며들지 못했다.
한서준은 숨 돌릴 틈도 없는 일로 매 순간을 채우며, 머릿속으로 자꾸 파고드는 윤하린의 모습을 억지로 밀어내려 했다.
그러나 피로감은 밀물처럼, 특히 이렇게 고요한 시간만 되면 다시 한꺼번에 몰려왔다.
집 문 앞 지문 인식 도어락이 삑 소리를 내며 열렸다.
한서준을 맞이한 건 숨 막히는 정적과 어둠 속에서 윤곽만 보이는 가구들뿐이었다.
한서준은 습관처럼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아무도 서 있지 않은 현관을 향해 거의 반사적으로 말했다.
“하린아, 슬리퍼 좀 가져와.”
목소리는 텅 빈 거실에 얇게 메아리만 남기고 흩어졌고,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없었다.
그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한서준은 잠시 굳은 채 서 있었다.
몇 초 뒤, 이유를 알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라 서류 가방을 소파 위로 거칠게 내던졌다. 묵직한 소리가 둔탁하게 울렸다.
‘도대체 왜 아직도 무의식중에 윤하린 이름을 부르는 거야.’
한서준은 맨발로 씩씩대며 주방으로 걸어가 생수 한 병을 꺼냈다.
냉장고 안에는 비싼 수입 생수가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었다. 한서준은 그중 하나를 꺼내 뚜껑을 열고 몇 모금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도 가슴속 답답함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
문득 예전이 떠올랐다.
아무리 늦게 돌아와도 거실에는 항상 따뜻한 스탠드 조명이 하나 켜져 있었고, 식탁 위에는 온도가 딱 맞게 식은 꿀물 한 잔이 올려져 있었다.
그 옆에는 종종 이런 메모가 붙어 있곤 했다.
‘서준아, 꿀물 꼭 마셔. 속 따뜻해져.’
지금 이 집에는 차가운 생수병과 무덤 같은 정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몸에 밴 습관대로 눈을 떴지만 한서준은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식탁으로 나가자, 가사도우미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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